[여행]김제 2題, 푸른 벌…너른 뻘…하늘과 맞닿은 곳

  • 입력 2002년 9월 25일 17시 55분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김제 평야(위). 갯벌끝을 향해 조개잡이하러 나서는 아낙네들. 김제-이원홍기자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김제 평야(위). 갯벌끝을 향해 조개잡이하러 나서는 아낙네들. 김제-이원홍기자

지평선 펼쳐지는 곳, 호남 곡창 김제 들녘. 그곳에서 너른 들판은 갯벌로 이어지고 그 끝에서 더 넓은 세계, 바다로 이어진다. 그리고는 마침내 하늘과 맞닿는 곳. 새만금사업으로 그 갯벌 사라지면 그 거대한 풍경도 바뀌게 된다. 땅과 바다와 하늘이 한 몸을 이루는 곳, 김제 지평선을 찾아 떠난다.

하나는 지평선까지 펼쳐진 평야, 다른 하나는 수평선까지 이르는 갯벌. 김제의 특징적인 두 가지 풍경이다. 들판 한 쪽 야산에 올라 보라. 바다와 강이 만나고 갯벌과 평야가 한 데 어울리는 대지의 호방한 어울림이 보인다.

옛날부터 이름난 곡창 김제. 그러나 그 들판만큼 너른 갯벌이 여기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개발지속 여부로 논란이 치열한 새만금 갯벌이 여기 있다.

이 땅에서는 드물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김제의 너른 들녘을 기념하는 지평선축제(10월 3∼6일)가 열린다. 이름난 곡창지대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벼 문화를 느껴보는 것은 물론 어촌마을의 체취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갯벌체험도 할 수 있다.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축제다.

# 1. 지평선과 벽골제

백제 비류왕은 1600여년 전 이 일대 들판에 저수지를 만들어 곡창의 터전을 마련했다. 저수지는 둘레가 40㎞나 됐다. 1000년 이상 기능을 지속해 조선시대까지 김제 너른 들녘의 논에 물을 댔다. 이것이 벽골제(김제시 부량면 신용리 일대)다. 지금은 3㎞ 정도의 둑이 남아 있다.

벽골제 둑에 설 때 그 건너편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드넓은 평야는 예전에 호수였던 자리. 밭이 바다로 변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반대라고나 할까. 드넓은 호수는 그대로 평야가 됐다. 그러나 그 벽골제의 흔적은 주변지명과 수리민속유물전시관(063-540-3225)에 잘 보관돼 있었다. 제방축조 때 일꾼들 짚신에 묻은 흙 털던 곳이 산이 됐다는 신털미산 등 주변에는 아직도 벽골제에 얽힌 지명이 많다. 지평선축제 역시 벽골제의 유산이다.

벽골제를 등지고 망해사(진봉면 심포리) 뒷산 전망대에 가보라. 거침없이 펼쳐진 광대한 지평선을 바라볼 때의 장대한 느낌은 그곳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 들판의 끝에서 보이는 만경강과 서해. 강은 바다로, 벌판은 갯벌로 변한다.

# 2. 갯벌

썰물 나면 드러나는 갯벌. 그곳 아침의 소란스러움은 정겹다. 망해사 인근 거전마을. 마을 아낙네를 가득 태운 트랙터 한 대가 갯벌로 돌진한다. 얼마나 넓은지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달린다. 이 김제평야(545㎢)의 절반쯤(208㎢)이라니. 트랙터로 30여분. 벌써 섬 몇 개를 지나쳤다. 갯벌은 그대로 밭이다. 갈퀴질할 때마다 조개가 드러난다. “하루 여섯 망태(26㎏들이) 정도는 잡아요.” 조개를 캐 아들 공부시켰다는 아주머니 말이다.

이곳 특산물은 생합(백합)이라는 조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만큼 맛이 좋단다. 그러나 그 새만금사업이 진행돼 둑이 생기면 갯벌도 사라진다. 그때는 백합도 줄어들 것이다.

트랙터 갯벌체험은 심포리 연서횟집(식후경 참조)에서 알선해준다. 왕복 1만원 정도(변동 가능). 조개 채취는 덤이다.

김제〓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내달 3~6일 ‘지평선 축제’▼

김제지평선축제에서 소달구지를 타고 즐거워하는 어린이들

쌀은 어디에서 언제 어떻게 한반도에 전래됐을까. 벼농사를 지어온 조상들이 남긴 풍습은 어떤 걸까. 논에 사는 메뚜기나 새 쫓는 진짜 허수아비도 있다던데 구경할 수는 없을까. 쌀 한 톨을 위해 농부가 흘린 땀과 수고를 벼농사 체험을 통해 알고 싶다면….

대답은 ‘김제 지평선축제’. 10월 3∼6일(4일간) 벽골제 등 김제시 일원에서 열린다. 호남의 곡창, 한국 최대의 쌀 생산지에서 벼농사와 관련된 전통문화를 배우고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행사가 마련된다. 또 사라질 운명에 놓인 새만금갯벌에서 생태체험도 한다.

△농촌문화체험〓축제기간 내내 벽골제 일대에서 진행. 메뚜기잡기, 추수, 지평선에서 연날리기(5일 오전 11시), 허수아비 만들기(6일 오후 2시30분), 황금들녘 우마차 여행 등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행사로 구성. 벽골제가 있는 만경평야의 농로를 따라 소달구지(2대)를 타고 황금들녘을 감상하는 우마차여행은 지평선축제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잇감. 논길걷기도 있다. 국내 최대 저수지였다는 벽골제의 역사와 축조과정 등을 알려주는 역사탐방교실도 운영한다.

△특별전시〓벽골제 일대. 쌀의 기원과 역사, 벼의 전래루트, 한국의 쌀문화, 농사와 관련된 속담, 쌀을 이용한 요리, 한국의 짚문화, 초가와 옛부엌 및 장독대, 벼농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공개행사〓김제시 일원. ①전국 지평선 마라톤대회(10월 3일 오전 9시) ②농촌풍습 길 퍼레이드(3일 오후 4시)

△전통문화행사〓벽골제. ¤벽골제 제사(4일 오전 8시)〓벽골제를 위해 희생했다는 단야낭자에게 마을의 평안을 비는 것. ¤입석줄다리기(6일 오후 1시)〓풍년기원 ¤쌍룡놀이(5일 오후 2시30분)〓벽골제를 수호했다는 백룡과 이를 파괴하려 했다는 청룡의 다툼 재현.

△생태체험〓①조개(생합)캐기(6일 오전 9시반):진봉면 심포항 갯벌. 가족단위 조개캐기 경연 ②망둥어 낚시대회(5일 오후 2시):청하 만경대교

김제시 홈페이지(www.egimje.net)

제전위원회 063-547-7855

서해안 고속도로∼김제IC∼김제시내∼29번 국도(정읍방향)∼5㎞∼축제행사장

10월 5, 6일 축제기간 중 운행. 철도청 홈페이지(www.korail.go.kr) 참조. 철도여객안내센터 1544-7788

김제〓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식후경…구워먹는 생합▼

김제 갯벌의 특미 가운데 하나는 생합. 갯벌의 개흙 파헤쳐 방금 캐온 싱싱한 생합을 불에 구워 한입 깨물었다. 향긋한 조개향과 상큼한 바다 맛. 바다를 온통 들이켠 듯하다.

만경강 하구가 바라다보이는 망해사 아래 심포리의 연서횟집. 근방의 갯벌에서 캐는 생합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생합은 날것으로도 먹기도 하지만 바닷물의 수온이 높은 여름과 초가을에는 구워서 먹는다. 생합은 산 채로 은박지에 싸서 굽는다. 고소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생합을 넣고 끓여내는 생합죽도 꼭 한번 먹어볼 만 하다.연서횟집에서는 꽃게찜과 꽃게탕 등 게요리와 자연산 회도 낸다. 푸짐한 상차림은 사족이다. 곁반찬이 무려 20가지에 이른다. 가격(㎏당)은 생합 2만원, 꽃게 5만원, 우럭 7만원선. 063-543-1900

김제〓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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