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日 정상회담이 남긴 과제

  • 입력 2002년 9월 17일 22시 26분


북한과 일본은 어제 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던 양국간 수교협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북-일간의 이 같은 상황 전개가 양자관계의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납치 문제는)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로서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 입장에서 최대 현안인 납치 문제에 대해 북한이 이처럼 전에 없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일단 평가할 만하다.

북한은 또 ‘평양선언’을 통해 2003년까지로 시한이 못 박혀 있던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 약속을 ‘2003년 이후 더 연장할 의향을 표명’했다. 이 문제가 ‘2003년 안보위기설’의 한 가지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한 걸음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를 평양에 불러들여 이 같은 ‘선물’을 내놓은 속뜻은 명백하다. 우선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일본이 제공하게 될 경제적 수혈(輸血)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북-미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제의 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첫걸음일 뿐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평양선언에 나와 있는 표현처럼 ‘핵 및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안전보장상의 제반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풀 수 있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북한 자신이다.

최근 들어 북한이 남북관계에 다소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북-일관계 개선에도 발벗고 나선 것은 주목할 일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아직 북한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북-일협상의 추이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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