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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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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칩먼 IISS 소장은 9일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실태에 관한 78쪽짜리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핵물질을 입수하기만 하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라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WMD 개발에 전념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저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IISS 보고서는 98년 12월 중단된 이라크에 대한 무기사찰 때 이라크 당국이 상당량의 생화학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을 은밀히 숨겼다고 지적하고 이 외에도 이라크가 대규모 생물무기를 신속히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스라엘 이란 터키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 650㎞의 알 후세인 미사일을 최대 12기 정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날 IISS 보고서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IISS 보고서 발표에 때를 맞춰 이날 각각 CNN과 ABC방송과의 회견에 나서 “이라크가 핵무기 입수 노력과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 전문가들은 IISS 보고서가 기존 보고서들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또 몇 개월 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보고서의 주장은 8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이라크가 핵무기를 획득하는 데 9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던 것과도 큰 차이가 있다고 AFP는 지적했다.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능력을 둘러싼 논쟁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가 7일 회담 뒤 IAEA의 위성사진과 보고서를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IAEA는 “이라크의 핵 개발 활동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나 사진은 없다”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더욱이 이라크는 양국 정상이 핵 개발 의혹시설로 지목한 알 트웨이다 연구단지를 언론에 공개해 양국 정상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8일 이라크 핵 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주장은 “이라크 공격 구실을 찾기 위한 ‘바람몰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이라크 핵 개발 관련 엇갈리는 주장들 | |
| 이라크 공격 찬성론자 주장 | 반론 |
| “이라크가 핵물질을 입수할 경우 빠르면 수개월 내 핵무기 제조 가능”(IISS 보고서) | “핵무기 제조에 9년 소요”(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
|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설치노력 중”(IISS) | “원심분리기 12기를 하루 24시간 가동해도 5년 내 핵폭탄 1개도 못 만든다”(8일자 타임지) |
| “최근 IAEA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새로운 이라크 핵무기 관련 시설 건설 중”(블레어) | “상업적인 위성사진 회사 촬영 사진으로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새로운 내용 없음”(IAEA) |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