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왜 안쓰나" 교수, 박사과정 학생들 구타

  • 입력 2002년 9월 10일 16시 16분


대학마다 영어 강의 열풍이 부는 가운데 수련회에서 영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교수가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을 구타한 일이 벌어져 물의를 빚고 있다.

10일 광주과학기술원 기전공학과 마이크로제조연구실 박사과정 안재삼씨 등 6명의 대학원생은 자신의 지도 교수인 L교수가 상습적으로 구타와 폭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두 달 전 학교측에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주고 실험실을 옮겨줄 것을 요구했으나 별 진전이 없자 최근 청와대와 과기부에 진정서를 냈다.

L교수는 7월 4일 자신의 실험실 소속 석박사 과정 학생 8명과 경남 상주해수욕장에 MT를 가면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교수 자신도 가끔 우리말을 썼고 족구와 물놀이를 하면서 분위기가 흥겨워지자 일부 학생이 우리말을 썼다.

이날 밤 11시 숙소인 전북 남원 효산콘도로 돌아온 L교수는 불꺼진 방으로 박사과정 학생을 각각 1명과 2명씩 불러들였다. 가장 먼저 불려 들어간 학생은 "박사과정 학생이 영어를 쓰지 않아 실험실 분위기가 엉망이라면서 이 교수가 발로 차고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몇 분 뒤 이 교수는 나머지 박사과정 학생 두 명도 불러들여 방문을 닫게 하자마자 한 학생의 옆구리를 때렸다는 것. 이 학생이 배를 움켜잡고 주저앉자 이 교수는 또 다른 학생에게 "너는 버클리대에도 몇 달 동안 갔다 왔는데 영어를 잘 못하고 박사과정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며 두 손으로 번갈아 뺨을 수 차례 때렸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이 교수는 이번 구타사건 이전에도 자신이 추천한 광주의 벤처기업에 취직하지 않은 한 대학원생을 20분 동안 뺨을 때리는 등 그동안 3명의 석사과정 학생을 구타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원생들에게 '건방진 새끼' '너는 사람을 배신할 관상이다'라고 하는 등 인간 이하의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고 화가 나면 펜 등을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과기원 관계자는 "이 교수가 20분 동안 뺨을 때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타 사실을 인정했다"며 "최근 이 교수를 학과장에서 보직 해임했고, 징계 절차가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광주과기원은 교수 1인당 우수논문 편수와 교수 1인당 연구비가 국내 193개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국내 최초로 수업과 세미나를 100% 영어로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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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위, 체벌금지 등 교육부에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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