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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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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장대환(張大煥) 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1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극한 투쟁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특히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불퇴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어 정국은 마주 달리는 두 ‘기차’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장 지명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병풍 공방’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의 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과 김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병역비리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 카드’로 보고 9월 정기국회에서 더 한층 폭로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측은 또 김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싸고도 일단 물리력을 동원해 결사적으로 저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로 가속화할 것이 우려되는 정부조직의 동요와 한나라당의 국면전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그런 행동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6·13지방선거와 8·8재·보선 패배 이후 계속되고 있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신당 창당 논의를 확산시키는 데 당력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임명동의안 부결로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거대 정당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한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김 법무장관 해임건의안까지 통과시킴으로써 범(汎) 여권을 무력화시키고 ‘이회창 대세론’을 정착시킨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측은 그동안 힘의 우위에 바탕한 ‘밀어붙이기’ 전략과 ‘허리 낮추기’ 전략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 고심해왔으나 최근 병역비리 의혹 공방을 대권가도의 승부처라고 판단하고 있어 앞으로도 강경한 밀어붙이기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두 차례의 총리지명자 인준이 부결됨으로써 청와대가 국정운영능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된 것도 정국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듯하다.
대통령이 총리조차 인준받지 못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가뜩이나 레임덕에 빠진 현 정권이 ‘뇌사(腦死)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태로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DJ정권의 순조로운 국정마무리 작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청와대측이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