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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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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에이드는 1999년 2명의 환경운동가, 1명의 대(對) 게릴라전 전문가, 1명의 재력가 등이 뜻을 모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된 환경보호 모임. 이들이 여느 환경단체와 다른 점은 보고서와 강연회 대신 밀렵꾼과의 총격전도 불사하는 무장단체라는 점.
창립회원 중의 한 사람인 스티브 갈스터만 하더라도 암거래상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몰래카메라로 중국 마피아들의 코뿔소 뿔 거래 장면을 잡아낸 전력이 있다. 그는 90년대 동남아 코뿔소의 멸종위기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필요한 것은 연구가 아니라 행동’이라고 생각해 ‘전쟁’에 뛰어들었다.
와일드에이드는 야생동물이 밀렵돼 중간상인을 거쳐 부유층의 식탁에 올려지는 전 과정을 감시하다가 공격이 필요하면 가차없이 행동에 나선다.
캄보디아에선 무장 밀렵꾼들을 잡기 위해 과거 크메르루주군 대원이었던 병사들을 모아 전투훈련까지 시켰다. 태국 러시아에선 정부측과 협의해 환경보호 경찰들을 와일드에이드 대원에 편입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소정의 보수를 받고 정글에서 밀렵꾼들과 목숨을 건 총격전을 벌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환경용병’이란 별명은 그래서 생겼다. 암거래시장 조사요원으로 임명된 대원들은 별도의 훈련을 받고 중간상인 색출과 밀렵조직파악에 투입된다. 재키 챈 같은 유명 영화배우가 출연하는 야생동물 보호광고를 만들어 내보기도 한다.
이들이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러시아에선 시베리아 호랑이의 멸종을 막았고, 태국과 캄보디아에선 코끼리 사자 거북이 등 야생동물 보호에 크게 기여했다.
와일드에이드의 1년 예산은 연구와 홍보에 치중하는 전통적인 국제환경단체들의 100분의 1 수준인 250만달러(약 30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효과적인 야생동물 보호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론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들의 행동은 새로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