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SK 용병 페르난데스 “무더위가 좋아”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45분


프로야구 SK의 용병 호세 페르난데스(28·사진)는 한동안 ‘걱정마(Don’t worry)’란 별명을 달고 다녔다. 극심한 부진을 보일 때마다 강병철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에게 “걱정하지 말라. 날씨가 더워지고 한국투수에 대해 파악하면 방망이가 터질 것”라고 지나치게 자신을 했기 때문에 따라붙은 닉네임이었다.

시즌 시작한뒤 8게임 26타수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할때도 능청스럽게 “걱정마”라며 웃고 다녔다.

부진이 계속되자 ‘공갈포’라며 용병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SK는 다른 용병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의 ‘경력’ 때문에 끝까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트리플A에서 타점 1위(114타점)와 홈런 2위(30개)에 올라 가능성이 무한했기때문.

그런데 정말 페르난데스의 말은 그냥 내뱉는 말이 아니었다. 더위가 찾아오자 방망이가 터지기 시작했다. 5월25일까지 1할대 타율을 유지하던 그가 다음날 한화전에서 2할대로 올라서더니 계속 치솟아 올랐다. 현재 0.280으로 타격 25위. 두달여만에 1할 정도를 끌어 올렸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지는 홈런포와 적시타는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4월에 3개에 불과하던 홈런수가 5월 5개, 6월과 7월 각 7개로 계속 증가하더니 1일 열린 기아전에선 팀승리를 결정짓는 2개의 아치를 그렸다. 시즌 24개로 홈런레이스 5위. 98년 첫 외국인 선수로 홈런왕에 올랐던 타이론 우즈(19개·두산)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용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이승엽(삼성)과 심정수(현대·이상 30개) 등 토종 4인방이 벌이는 홈런왕레이스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수도 있을 전망.

점수를 뽑아야할 때마다 터지는 방망이도 무섭다. 타점 65로 이 부문 7위. 5월까지 극심한 빈타에 허덕이다 6월과 7월에 집중적으로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인 셈이다.

페르난데스는 “난 추우면 맥을 못춘다. 날씨가 따뜻해야 힘이 솟는다. 그리고 이젠 한국투수들의 스타일도 다 파악했다. 팀을 꼭 4강에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도미니카출신 페르난데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해 SK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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