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안정환 유럽 가나 못가나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27분


안정환
‘테리우스’ 안정환(26·부산 아이콘스)이 꿈과 현실의 큰 격차에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안정환은 2002월드컵축구대회가 낳은 스타중 한명. 이탈리아전 골든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데 이어 이탈리아 소속팀 구단주의 독설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안정환은 월드컵이 끝난후 페루자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유럽 다른 리그로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월드컵 기간중 얻은 명성으로 유럽의 높은 관문을 간단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정환의 매니지먼트사인 이플레이어(대표 안종복)는 10일 “유럽팀에서 먼저 안정환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경우는 없고 유럽 파트너를 통해 각 구단과 1차 협상을 마무리한 단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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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한국팀과 한국 선수에 대한 유럽 축구시장의 냉혹한 시각 때문.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한국대표팀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각 선수의 상품성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고 있다. 장기 레이스로 치러지는 프로리그는 월드컵과 달리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언어 소통 등 팀 적응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정환뿐 아니라 송종국 김남일 등 다른 선수들도 해외 에이전트로부터 기대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럽 클럽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는 대부분 스트라이커나 공격형 미드필더여서 수비형 미드필더인 송종국과 김남일이 주목의 대상이긴 하지만 선뜻 영입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돌아간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 유망주들을 영입해 조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안정환의 이적을 위해 현재 접촉중인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풀햄, 웨스트햄, 리버풀 등 4개팀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플레이어측은 이중에서도 첼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두 팀의 연고지인 런던과 마드리드에 상대적으로 한국 교민이 많은 만큼 페루자에서와 달리 그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두 팀이 상대적으로 각 리그 중하위권이라 출전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걸림돌은 끝까지 안정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페루자와의 관계 청산. 부산 아이콘스 구단은 지난달말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페루자에 국제이적동의서를 요청해 둔 상태다.

페루자가 14일까지 동의서 발급을 거부하면 곧바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신분질의를 할 계획이고 FIFA가 안정환의 신분을 확인하면 동의서 없이 이적할 수 있다.

페루자가 이미 계약 사항을 위반한데다 FIFA가 ‘어떤 경우에도 선수 활동이 중지되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안정환의 유럽 타구단 이적에 법적인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안정환 본인의 상품성이다. 현실적으로 일본의 천재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처럼 관광객 몰이를 통한 ‘+∝’를 구단에 안겨주기 어려운만큼 오로지 축구 실력으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안정환측이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프리미어리그보다 기술의 프리메라리가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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