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상훈 불패’…국내복귀후 20경기 무패 행진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23분


LG 이상훈
LG 이상훈
‘돌아온 야생마’ 이상훈(LG·31). 드넓은 평야를 자유롭게 뛰돌던 거침없는 기세에 세월이 던져준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상대벤치에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5년간 일본과 미국무대를 떠돌던 이상훈은 지난 5월18일 기아 타이거스전에서 국내팬들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지금까지 20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 마무리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이번 시즌 성적은 4승8세이브. 이상훈이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팀에서 “이제 짐싸야겠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럴만 했다. 이상훈은 한층 성숙돼 있었다. 9일 잠실에서 열린 서울 라이벌 두산전. 2-1로 앞서던 8회말 등판한 이상훈은 1이닝을 잘 막은 뒤 9회에 위기를 자초했다. 김동주와 우즈를 연속으로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던 것. 그러나 이상훈은 상대 희생번트와 고의사구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장원진을 3루땅볼로 유도해 홈으로 파고들던 대주자 유재웅을 잡고 전상열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는 노련한 피칭으로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위기상황에서도 과감한 피칭을 선보여 잔뜩 역전을 기대하고 있던 두산벤치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기도 했다. 6월2일에 이어 라이벌 두산전에 2번 등판해 모두 승리를 지켰다.

이상훈은 최근 무엇보다 상대팀과의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던지고 있을 때나 혹은 잘 안될 때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자신을 컨트롤하고 있다. 9일 두산전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랬다. 이상훈은 “야구란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특히 마무리투수라면 이런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안된다. 그 위기에서 결코 지지 않겠는다는 자세를 보여야 상대 타자나 벤치에서 나를 무서워 한다”고 말했다.

4월16일 입국할 때 “미국야구를 정복하지는 못했지만 정신력이나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에선 나 스스로 발전했다”라고 했던 이상훈. 정말 그랬다. 더 이상 막무가내 야생마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상훈은 코칭스태프와 동료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9일 경기에서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끝까지 맡겨준 김성근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9회 1사 만루에서 3루 땅볼을 잘 잡아준 이종렬에게도 “종렬이가 잘 잡아줘서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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