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금윤락 방치는 국가의 직무유기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15분


감금당한 윤락녀들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에서 국가에 위자료 배상 책임을 지운 판결은 윤락녀 인권보호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금윤락 방치는 국가의 직무유기라는 의미가 이번 판결에 담겨 있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까지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가 공동변호인단(대표 배금자)을 구성해 유족들을 지원하며 국가책임 논리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한 공이 컸다. 윤락녀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매춘 조직과 이들의 범죄 행위를 눈감아준 경찰과 싸워 실로 귀중한 판례를 끌어낸 것은 여성운동, 인권운동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감금윤락 화대갈취 윤락강요 등을 당하는 윤락녀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판결로 말미암아 악덕 포주 단속에 태만한 경찰의 사용자인 국가를 상대로 윤락녀들이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낼 수 있게 됐다.

미 국무부는 작년에 한국을 인신매매 근절 노력이 부족한 최하위(3등급) 국가로 분류했다가 올해에는 1등급 국가로 격을 올렸다. 나라 망신을 면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경찰이 감금윤락업소 포주들로부터 돈을 받는 풍토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모든 부패는 나쁘지만 그중에서도 윤락녀들의 인권유린을 눈감아준 대가로 업소의 돈을 받아 챙기는 일부 악덕 경찰관은 경찰 전체의 명예를 위해서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한국이 인권 선진국이 되려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가정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외국 범죄조직과 연계돼 한국에 들어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러시아 등 외국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매춘은 인류 발생과 역사를 함께한 사회악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근절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감금윤락 화대갈취 윤락강요를 저지르는 악덕 포주들은 반드시 뿌리뽑아야 하며 그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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