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아기 예수 못만난 네번째 동방박사 '동방박사와…'

  • 입력 2002년 7월 5일 17시 39분


◇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미셀 투르니에 지음 이원복 옮김/312쪽 9800원 종문화사/

동방박사 세사람?

그러나 4복음서 중 동방박사 이야기가 유일하게 기록돼 있는 ‘마태복음’에도 동방박사의 사람 수는 기록돼 있지 않다. 아기 예수에게 ‘황금 유황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해서 세 사람으로 훗날 ‘인정’ 받았을 뿐이다. 8세기에는 각각 가스파르, 멜쉬오르(멜키오르), 발타자르라는 이름도 붙었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로 거론되는 프랑스 문단의 최고지성 투르니에가 동방박사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1980년 쓰여진 이 책은 청소년용으로 재편집된 판본으로 번역 출간된 적이 있어 우리에게 낯설지만은 않다.

작가는 세명의 박사에게 나름대로의 고민과 책임이 있는 ‘왕’ ‘왕자’의 성격을 부여한다. 메로에의 흑인 왕 가스파르는 백인 노예에게 욕망을 느끼지만 열등감으로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없자 왕국을 떠난다.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발타자르 왕은 모습과 형상이 일치하는 예술품을 찾고자 길을 떠난다. 팔미렌의 왕자 멜쉬오르는 야심 많은 삼촌에게 왕좌를 빼앗기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탈주한다.

네 번째 동방박사인 타오르왕자 만은 아기 예수와 만나지 못한다. 그는 모든 부하와 노예에게 자유를 준 뒤 사탄의 도시 소돔으로 들어가고 소금광산에서 일한 뒤 온몸과 삶을 타인에게 바쳐 하늘나라에 들어간다.

질문, 공쿠르상 종신 심사위원인 투르니에는 기독교적 작가인가? 평생을 신화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보낸 그와 성서의 세계는 전혀 위화감 없이 얽혀든다. 그는 40년째 파리 근교의 사제관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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