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노동일/‘내 한표의 힘’ 보이자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32분


6월 13일 치러지는 제3기 지방선거일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저조하다. 투표율이 40%대로 사상 최저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투표율이 이렇게 낮게 예상되는 것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가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 가 있고 언론의 관심 또한 월드컵에 집중되어 있다.

▼투표율 높아야 대표성 확보▼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도 매우 중요하다.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적 참여와 관심을 보이고 있듯이 6·13지방선거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지방선거란 지방자치의 요체다. 우리는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이 말은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기초요 근본이라는 의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가 기초와 근본이 취약하다는 것인데 지방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는 지역의 지도자를 뽑게 된다.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앞날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한국팀이 사상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거스 히딩크라는 명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히딩크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한국의 지역사회는 어려운 현안들을 많이 안고 있는데, 이러한 현안 해결의 성패 여부는 누구를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선출하느냐에 크게 달려 있다. 오늘날의 시대를 우리는 지방화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말은 지방이 우리의 구체적인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방선거를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를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대표성과 효율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정보화의 시대와 더불어 직접 민주주의의 도래를 논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대는 여전히 대의정치의 시대다. 우리가 선출한 대표자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지역의 살림살이를 이끌어 간다.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으면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큰일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표성이 약할수록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많은 비용과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선거를 하는 것은 대표성과 효율성 같은 선거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선거가 갖고 있는 이러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선이나 총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인물 검증이나 정책 검토가 꼭 필요하다. 지역의 현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으며, 또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어떠한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이와 아울러 후보자의 인물 됨됨이도 검증해 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우리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현안들을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이나 후보자의 인물됨을 놓고 주위 사람들과 논의해볼 수 있는 자리도 갖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자리와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현안이나 발전문제를 놓고 후보자나 유권자 사이에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때가 지방선거 기간이다. 후보자를 만날 때 우리는 언제나 정책 검토와 인물 검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6·13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선 현 시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언론과 선거관리 당국이 투표율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시장이나 구청장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선거 홍보물이 가정으로 배달되었지만 개봉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앙집중식 정치의식 바꿔야▼

이러한 극심한 무관심 속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져서는 안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이나마 언론이 적극적인 지방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선거하고 나서 월드컵을 보자는 운동과 선거공보 보고 선거하자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선거다.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 정치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의 경우 지방과 지방선거를 경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근본과 기초를 튼튼히 하는 선거다. 이번 6·13지방선거가 바로 그러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노동일 경북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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