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대책국민協 “내 자녀를 안전하게”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23분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 출범 - 신석교기자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 출범 - 신석교기자
“학교 폭력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그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학교 폭력을 온 국민이 나서 근절하기 위한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상임 공동대표 최영희·崔英姬)가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 회관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폭력대책협의회는 “교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할 정도의 상황에 이른 것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교육당국과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국민의 책임”이라며 뜻 있는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문용린(文龍鱗) 전 교육부 장관 등 6명이 공동대표를, 한완상(韓完相) 전 교육 부총리 등 5명이 고문을 맡았으며 탤런트 최불암 양희경 안재모씨, 댄스그룹 ‘신화’ 등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어떤 활동 벌이나〓협의회는 “그동안 산발적인 활동을 벌이던 각종 단체와 우리 사회 지성인의 힘을 결집해 학교 폭력 예방 및 퇴치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협의회는 이를 위해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출마자의 학교폭력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선거 후에도 공약 이행 여부를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 또 6월 마지막 주(24∼29일)를 ‘학교폭력을 걱정하는 주간’으로 선정해 각종 행사를 벌이고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학교폭력 퇴치를 위한 릴레이 서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임웅균(林雄均·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공동대표는 “청소년들이 각종 문화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정서를 순화시킴으로써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실태〓“우리 학년에 말과 행동이 조금 느린 K라는 아이를 친구들이 둘러싸고 뺨을 한대씩 때려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K가 져도, 이겨도 갖은 구실을 대 때립니다.” (‘청소년 폭력 추방을 위한 네티즌 연합’ 인터넷 게시판)

학교 폭력은 이미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통과 의례’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학교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학생이 4명이나 된다.

피해의 범위도 점차 넓어져 경찰청이 최근 전국의 중고생 826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1.5%가 지난 1년간 학교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1월 경기 과천시의 모 초등학교 6학년 S군(당시 13세)은 급우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아파트 4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급우들이 화장실이나 소각장 등에서 심심풀이로폭력을 휘둘렀고 화장실에 가둔 채 때리기도 했다는 것.

또 올 2월 충남 천안시에서 중학교 2학년 C군(당시 14세)은 학원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하는 등 괴롭힘에 시달리다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C군은 사건 발생 수개월 전 경찰청의 인터넷 학교폭력상담소에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대처하나〓전문가들은 자녀가 학교 폭력에 시달릴 경우 우선 대화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해 학생을 파악해 학교 측과 상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강주현(姜周賢) 상담심리사는 “기가 죽거나 소심한 학생이 학교 폭력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며 “자녀에게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도록 지도하고 학교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경우는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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