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우리사주신탁제 뜬다…225개사 채택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59분


신한은행은 16일 이색적인 종업원 복지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당기순익 목표(6300억원)가 달성되면 순익의 1%와 순익 초과분의 10%를 ‘우리사주신탁(ESOP)기금’에 낸 뒤 직원들이 낼 출연금과 합쳐 자사주를 사기로 한 것.

회사가 유상증자하면서 일정 물량을 사원들에게 우선 배정해 사도록 하는 ‘우리사주조합제’보다 종업원에게 더 유리하다. 박종오 인사전략팀 차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기 때문에 재산형성에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나은행은 올 1월 상장사중 처음으로 3급 이상 팀장급 간부들에게 이 제도를 도입했다. 간부들이 연봉의 8% 내에서 출연금을 내면 은행 측이 똑같은 금액을 내 신탁기금을 만들어 하나은행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것. 2월 말까지 7억5000만원이 출연됐고 시장에서 3만8000주를 사들였다. 주식 배당금도 차곡차곡 쌓기 때문에 행원들에겐 무시 못할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처럼 선진국형 보상시스템의 하나인 우리사주신탁제(ESOP)가 시행 4개월여 만에 225개사에서 채택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를 도입한 재정경제부 이석준(李錫駿) 증권제도과장도 “단기간에 이렇게 인기를 끌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신탁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종업원 복지를 강화하면서도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때문. 기금이 보유한 자사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만큼 종업원들이 실적 향상에 매달려야 한다.

정부가 내건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한몫하고 있다. 종업원 출연금 가운데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자기 몫으로 배정받은 주식을 3년 이후에 빼낼 경우엔 소득세 최저세율(9%)을 적용받는다. 기업들도 출연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절세하면서 근로의욕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한국형 우리사주신탁제는 기업실적과 무관하게 주식시장이 침체되거나 회사가 망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종업원이 모든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입 성과는 경기침체기를 거친 뒤 판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우리사주신탁제(ESOP) 도입현황 (5월15일 현재)
도입형태상장기업등록기업비상장·비등록
규약변경(기존조합)214047108
조합신설-6552117
211059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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