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물의 엄정처리”김대통령 박비서실장 통해 사과

  • 입력 2002년 5월 6일 10시 02분


사과하는 박지원 비서실장
사과하는 박지원 비서실장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6일 차남 홍업(弘業)씨와 3남 홍걸(弘傑)씨의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검찰 수사를 통한 엄정한 처리 의사를 밝힌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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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의 탈당으로 민주당과 청와대간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짐으로써 여야의 개념이 사실상 없어진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본격적인 대선체제로의 전환에 착수했다.

특히 민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중심의 선거체제로 전환하고 ‘탈(脫)DJ’ 색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당명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정계개편에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정국은 또 다시 정계개편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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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대통령이 이날 두 아들의 비리연루 의혹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강조함에 따라 검찰 수사도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날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독한 성명을 통해 “최근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 인사들로 인해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 뭐라 사과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히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여야의 협력 속에서 오직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성명 발표 직후 조순용(趙淳容)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민주당에 보내 탈당계를 제출했다. 김동신(金東信) 국방,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 등 민주당적을 보유한 각료들도 이날 탈당했다. 박 실장은 향후 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개각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대통령의 탈당으로 이제 여당이 없어진 만큼 국회 운영은 원내 1당 주도로 이끌어 갈 것이다”고 밝혔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탈당은 비리를 숨기려는 위장 탈당이자 노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위장 절연이다”고 비난했다.

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불행한 일이지만 당적을 이탈한다고 대통령의 국정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철희기자 klmit@donga.com

▼野, 김대통령 탄핵안 검토▼

한나라당은 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 및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개입 의혹과 관련해 비상중립내각 구성과 대통령의 내정 2선 퇴진, 이 여사 수사 촉구 등과 함께 대통령 탄핵안 제출을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당무회의 브리핑에서 “세 아들에 이어 이 여사까지 비리에 연루되는 등 이 정권이 갈 데까지 갔다.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여러 당무위원이 탄핵안 제출을 요구했고 앞으로 법률적 정치적 검토를 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대통령 대국민성명 전문▼

최근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인사들로 인하여 일어난 사회적 물의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에 대해서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저희 내외도 이 문제로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통하여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검찰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러한 가운데서도 제가 할 임무에 대해서 추호도 차질없이 진행시키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월드컵, 아시안 게임, 경제도약, 남북관계 발전 등 내일의 국운 융성을 좌우할 문제를 차질없이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다가오는 양대 선거를 역사상 가장 공명정대하게 치러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애국적 충정에서의 성원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의 전 정치인생을 바쳐온 새천년민주당을 오늘로써 탈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여야의 협력 속에서 오직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서 그와 같은 결심을 한 것입니다. 평생의 정치생활속에서 고락과 영욕을 같이한 동지들에게 그간의 지원에 대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십년 동안 저를 일관되게 지지하여 저의 오늘이 있게 해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걸어온 국정개혁에의 길을 확고히 지켜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계속적인 지원을 부탁드리며, 여러분의 건승과 행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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