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작가 찾은 지성의 향기 '동서양 고전탐사'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38분


◇동서양 고전탐사(전2권)/이병주 지음/각권 300여쪽/각권 1만5000∼1만7000원/생각의 나무

소설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李炳注·1921∼1992)가 쓴 세계 고전 명작 감상문이다.

1979년 기린원에서 ‘허망과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초판을 냈는데 23년만에 단행본으로 새로 묶여 나왔다.



이병주가 생전에 에로스에 대해 남긴 글만 묶어 ‘이병주의 에로스 탐사’(전2권)를 펴 낸 출판사에서 판형도 새롭게 하고 원저에 없던 도판과 해당 작가별 연보 등을 보충해 내놓았다.

“괴테 톨스토이나 베토벤, 사르트르 정약용을 모르고도 살 수가 있고 도리어 더 행복하게 지낼 수도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학문이라고 하는, 사상이라고 하는, 예술이라고 하는 독기에 젖어 버린 사람들에겐 이들이 없이는 살 보람이 있을 까닭이 없고 항차 이들과 상관없는 행복이란 상상해 볼 수도 없다.”

초판 서문에 쓴 이병주의 말이다.

일제 치하 소년 시절 우연히 읽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필두로 그가 읽고 느낀 작가와 작품을 평이하게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 수업’을 읽고는 민족의식을 갖게 되었으며 도스토예프스키를 통해서는 시대의 아픔과 인간내면의 고통에 눈뜨게 되었다고 한다.

니체를 통해서는 실존 철학적 사색과 존재의 의미나 자유정신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또 루쉰의 삶에서 진정한 문학의 힘을 배웠다고 하며 다산의 ‘목민심서’를 읽고서는 너무나 외진 주변국에 태어난 탓에 그의 위대성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음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작가 이병주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고전을 다른 시선으로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손길이 가는 가는 책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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