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선 판깨는 사이버 폭력

  • 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01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진행되면서 사이버공간을 통해 후보자들을 비방하고 욕설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얼굴과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사이버공간에서 언어 폭력이 횡행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미래의 지도자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특히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드러난 한두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심각한 지경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팬클럽을 자처하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상대 후보를 겨냥해 ‘이인제 습격대를 결성해 조국의 앞날에 큰 획을 긋자’는 글이 올려졌다. 현역 국회의원에게 보내진 e메일은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 쪽 편을 들면 역사의 칼이 당신의 목을 칠 것이다. 목이 온전하려면 조심하라’는 섬뜩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는 사이버공간 상의 문제를 떠나 경선 분위기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와 과정을 위협하고, 선거 제도의 존립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앞으로 본격적인 대통령선거 경쟁에 접어들면 이 같은 일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노사모측은 ‘이인제 습격대’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흔히 재미로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으며 홈페이지에 올려진 비방 협박 메일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없다고 밝혔으나 어이가 없는 말이다. 특정 후보를 ‘습격’한다는 표현이 용인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비방 협박이 담긴 글이 게시될 경우 모임측에서 삭제하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이버폭력의 근절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네티즌의 양식에 맡겨야 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 한계를 넘어서 있다. 당국은 진상을 파악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다가올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고 넘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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