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이부영의원 출마 한나라당 경선구도 급변

  • 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14분


2일 이부영(李富榮) 의원의 대선후보 경선 참여 선언에 이어 최병렬(崔秉烈) 의원까지 도전을 예고하고 나섬으로써 과연 제대로 된 경선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나돌던 한나라당 경선에 파란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일단 이, 최 의원의 도전으로 한나라당은 경선의 틀을 갖춘 것을 뛰어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당 못지않은 ‘경선 드라마’가 연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돌풍으로 영남권이 동요하면서 ‘이회창(李會昌)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경선이 더 이상 이 총재의 독주로 시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또 ‘제왕적 총재’로까지 불리던 이 총재가 98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총재직을 사퇴, 당 장악력의 이완이 예상되는 만큼 ‘의원 단속’도 종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선 파란의 최대변수는 역시 최병렬 의원. 당내 대표적 영남인사인 최 의원이 이날 경선 도전의사를 밝히자 당내, 특히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장 ‘대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만제(金滿堤·대구 수성갑) 의원은 “잘못하면 후보 교체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고, 경남 출신의 한 서울지역 의원도 “노무현 바람이 불면서 영남 의원들 사이에 이회창 총재로는 어렵지 않으냐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어 이 총재가 안이하게 대처하면 큰코다칠 판이다”고 말했다.

최 의원 자신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하다. 그는 2일 기자와 만나 “이 총재의 지지율이 반전할 수 있느냐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 이후의 당권을 노리던 최 의원은 이 총재의 호화빌라 및 손녀 ‘원정출산’ 시비와 함께 노무현 바람이 불어닥치자 방향을 바꿔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이 총재가 당권-대권 분리의 순수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함과 동시에 대표 최고위원 호선(互選)제가 도입되자 대권 도전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사실상 당권 개념을 없애버린 대표 호선제는 이 총재측의 ‘최병렬 고사(枯死)작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 측근인 김기배(金杞培·서울 구로갑) 의원은 “최고위원 당선이 어려우니까 대선 후보 경선으로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여하튼 최 의원이 영남 보수 세력을 대변하고, 이부영(李富榮) 의원이 개혁성향의 비주류를 업고 협공을 할 경우 이 총재측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 의원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경우 60명 가까운 당내 보수파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 국회의원 모임’의 동향이 주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의 파란과 ‘노풍’의 함수관계도 관심사이다. 이른바 ‘영남후보론’의 추이가 연말 대선까지 최대이슈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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