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인천공항 개항1년](中)배후 유휴지개발 어디로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33분


29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옆 제5활주로 예정 지역.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땅(109만평)이지만 건물이나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을 뿐이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공항 여객터미널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8월 특혜 시비가 일었던 인천공항 유휴지의 현재 모습은 9개월 전 권력 핵심부의 압력설이 제기돼 ‘뉴스의 초점’이 됐던 땅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글 싣는 순서▼

- (上)외국공항서 본받을 점

▽유휴지 개발 사업은〓공항 이용객의 편의와 공항공사의 수익 증대를 위해 개항 1년 전부터 계획됐다. 직접적인 공항건설을 제외하곤 최대 규모의 사업인 데다 2020년 이후 개발을 위한 예비용 ‘제5활주로’ 부지까지 포함, 공사 측에는 마지막 남은 수익사업이기도 하다. 사업 대상은 공항부지 동쪽 제5활주로 예정지(83만평)와 활주로 남쪽 해안의 신불도(26만평) 등 모두 109만평으로 이 지역에 민자(民資)를 끌어들여 골프장과 호텔을 짓고 개발사업자에게 2020년까지 운영권을 줄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 1년 가까이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유휴지 게이트의 전말〓발단은 공항공사가 지난해 7월31일 개발대상 유휴지에 대해 내야 할 세금 500억원에도 못 미치는 토지사용료를 제시한 원익컨소시엄을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비롯됐다. 원익의 토지사용료는 16년간 325억원(추후 재평가 단계에서 307억원 추가 제시)에 불과했다. 반면 2위로 탈락한 에어포트72 측은 무려 1729억원을 써냈다.

수익성을 중시하던 강동석(姜東錫) 공항공사 사장은 이를 문제삼아 업체선정의 총책임자인 이상호(李相虎) 개발사업단장을 보직 해임시켰다. 공사가 엄청난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수익성 부문에 대한 배점을 낮게 잡는 등 평가기준을 잘못 정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 전 단장은 보복인사라며 반발했다. 그는 8월6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강 사장이 개입, ‘배점을 변경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까지 특정업체를 비호하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배후 압력의 진원지는 찾지 못한 채 이 전 단장 등이 구속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유휴지 사업은 1년 가까이 표류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28일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특혜 시비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원익 측에 사업권을 주면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공항공사는 4월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하고 7월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착공은 2004년 7월, 완공은 2006년 7월로 예정돼 있다. 당초 계획보다는 9개월 늦어진 셈.

▽문제점은 없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탈락한 원익 측이 소송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얻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공항공사가 자의적으로 박탈했기 때문. 특히 법적 공방이 새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쳐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는 땅을 이용도 못하고 마냥 놀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지▼

△2001년 3월10일〓투자자 모집공고

△6월22일〓사업계획서 접수(원익, 에어포트72, 임광토건 등 6개 업체)

△7월10일〓사업계획서 평가

△7월16일〓강동석 사장, 재평가 요청

△7월23일〓이상호 개발사업단장 직위 해제

△7월30일〓우선협상대상자 선정(원익)

△8월6일〓이 단장, 강 사장 압력설 제기

△8월7일〓이 단장, 청와대 국중호 행정관과 김홍일 의원 보좌관 압력설 제기. 검찰 유휴지 게이트 진상 조사 착수

△8월13일〓이 단장과 국 행정관 구속 수감

△8월30일〓인천지검, 외압 여부 밝히지 못한 채 유휴지 수사 종결

△12월28일〓 공항공사, 개발사업자 재선정 공고

△2002년 3월29일 사업계획서 접수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