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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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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기억속에 가물가물 하다고 할것인가, IMF 한파에 이은 기업구조 조정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던 일을.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손쉬운’ 정리해고 대상자로서 숱한 나날을 농성장에서 지새워야 했던 것을.
누군가는 ‘남녀평등을 향한 연옥의 문을 거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라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해고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낫다는 논리를 ‘전면배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의 생계와 부양’이라는 책임에서 여성을 놓아 주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잔인한 실상 아니던가.
이 소설은 일과 사랑으로부터 퇴출된 인간 군상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낸다. ‘구조조정의 최일선 피해자’인 여성 근로자의 아픔과 갈등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등장시킨 주인공은 전화국의 중간관리 원은서.
회사로부터 퇴출자 명단을 작성하도록 강요받는 은서는 ‘일’을 포기할 수 없으면서 일이 가져다 주는 위기와 애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다. 은서는 수많은 ‘일하는 그녀’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백 개의 입과 혀를 가졌다는 상상 속의 티티새. ‘찬바람에 깃을 흩트리고, 심혼을 쏟아내는 큰 소리’를 낸다. 제목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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