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 스타]한국 사상 첫 스켈레톤 출전 강광배

  • 입력 2002년 2월 21일 19시 44분


강광배
주룩주룩 비가 내린 솔트레이크 시내와 달리 눈보라가 휘몰아친 20일 유타올림픽파크.

한 선수가 썰매에 몸을 실었다. 썰매는 얼음덩어리로 만들어진 트랙을 쏜살같이 달렸고 그 모습은 마치 잠수함의 어뢰가 목표물을 향해 질주하는 듯 보였다. 최고스피드는 125.4㎞. 머리를 썰매 앞쪽에 대고 이 정도의 스피드로 빙판을 달린다면 공포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매끈하게 트랙을 빠져나온 이 선수는 헬멧을 벗고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살짝 여유를 보였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스켈레톤에 처음 출전한 강광배(29). 그는 국내의 유일한 스켈레톤 선수이자 전문가다. 그를 가르칠 코치조차 국내엔 없으며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자비로 이번대회에 출전했다.

생긴 게 사람의 뼈대와 비슷하다고 해 이름이 붙은 스켈레톤(Skeleton)은 같은 썰매 종목인 루지가 뒤로 타는 것과 달리 앞을 보고 질주하는 경기로 48년이후 54년만에 이번 올림픽에서 부활된 종목.

강광배는 98나가노대회에선 루지 종목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던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그는 98올림픽 이후 오스트리아에 유학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오스트리아 선수의 권유로 스켈레톤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이 2000년에 비로소 국제스켈레톤연맹에 가입하는 바람에 99년까지 2년간은 마리오 쿠큰베르크감독의 도움을 받아 오스트리아팀 소속으로 경기를 펼쳐야 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에서 스포츠마케팅 박사과정을 수료중인 강광배는 현지에서 스키강사로 틈틈이 용돈을 벌며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장비를 여러개 갖춘 다른 선수들과 달리 단 한 개의 스켈레톤 썰매와 날 밖에 없는 그가 이날 26명의 선수중 1,2차 레이스 합계 1분44초51로 20위에 오른 것도 대단한 성적.

“처음엔 공포감도 들고 부상도 많이 당했지만 루지보다 훨씬 액티브하고 남성적인 경기” 라며 스켈레톤의 매력을 설명한 그는 “다음 올림픽에선 봅슬레이에 도전하고 싶다” 고 밝혔다.

<솔트레이트시티=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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