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증권사 VIP지점 “호텔 뺨치네”

  • 입력 2002년 2월 4일 17시 49분


대한투자신탁증권(대투증권) 압구정지점은 1,2층이 확연히 구분된다. 1층의 ‘보통 영업점’은 대형 시세판, 길다란 소파, 창구 등 여느 객장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한층 올라가면 고객들은 ‘대한투자신탁증권’이란 녹색 회사로고 이외엔 증권사 지점이라고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아무데도 없다. 80평 규모의 매장이 4개의 방과 복도로만 이뤄져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하지 않게 베이지색 카펫과 짙은 밤색 나무로 실내장식 돼 있다. 인테리어 비용만 2억원이 소요됐다.

현대증권 삼성동 코엑스오피스 지점도 짙은 밤색 나무를 사용해 중후한 분위기가 금방 느껴진다. 특히 이 지점은 입구가 외부로 노출돼 있지 않아서 ‘지나가다 들르는’ 고객이 없다. 고액자산을 맡길 귀빈(VIP)고객이 알음알음으로 소개를 받아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선 24명의 직원이 1200개 계좌를 관리한다. 고객은 별도 상담실에서 예약을 받아 맞이한다. 최근에는 지점 안에 세미나실을 마련해 고객을 상대로 경제동향 세미나를 열었고 금융권 최초로 ‘전체 금융권 금리 및 수익률 비교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고석호 지점장은 “일반 재테크 상담 이외에도 거액 자산을 갖고 있는 고객에게 세금 상속 자녀유학 문제등을 종합해 상담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VIP 마케팅 전쟁을 치르고 있다. ‘클래스 1’(대투증권) ‘리치클럽’(현대증권) ‘마제스티클럽’(동원증권) ‘S&I클럽’(삼성증권) 등 거액자산 고객을 겨냥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가 뿌리내리고 있다. 대우증권 PB센터인 ‘시저스클래스 강남’의 경우 개점 90일만에 예탁자산만으로 16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 VIP 지점의 특징은 객장에서 손님을 자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대투증권 압구정지점은 2억원 이상을 맡긴 전체 150명 고객 가운데 하루에 직접 지점을 찾는 고객은 10명 정도다. 권이재 과장은 “100% 시간예약을 한 뒤 객장을 찾고, 보통 1시간 가까이 주식시장 동향, 시중 자금흐름 등을 설명 듣는다”고 말했다.

VIP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는 당연히 고객자산의 수익성과 안전성 추구. 권이재 과장은 “그러나 40∼50대 여성고객이 많아 고객 취향에 맞도록 인테리어 등의 고급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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