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LG건설 조경담당 강철현 과장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36분


경기 용인시 수지읍. 지하철 분당선의 마지막 오리역에서 차로 10분 거리.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나란히 서 있는 K아파트와 LG빌리지 1차 아파트. 비슷한 평형에 조건도 비슷하지만 매매 시세는 LG빌리지가 4억∼4억6000만원으로 K아파트보다 약 1억원 높다.

“의식주는 이제 문화상품이니까요. 요즘은 커피 마실 때도 분위기 있는 에스프레소점에서 ‘분위기 값’까지 내지 않습니까.”

LG건설 주택기술1팀 강철현 과장은 “소비자는 ‘몸 누일 건물’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함께 사기 위해값을 치른다”고 설명한다.

강 과장은 10년째 LG건설에서 조경을 담당하고 있다. 용인의 LG빌리지는 단지를 10개의 거대한 테마공원으로 만든 아파트. 공원을 계획대로 만들기 위해 아파트 한 개 동, 분양 수익으로 따지면 150억원 이상을 포기했다.

“98년 이전만 해도 아파트 단지의 조경은 법적 요건만 맞추는 게 전부였어요. 규정된 넓이의 자투리 땅에다 아무 나무나 꼽는 식이었죠.”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분양이 잘 되지 않았다. 건설업체들은 마케팅을 위해 내장재와 외부경관 차별화에 나섰다. 분양가도 자율화돼 건물 자체뿐만 아니라 ‘쾌적함’에 대한 가치를 아파트 값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눈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실제 ‘기능적으로’ 쾌적해야죠.”

골바람이 불지 않게 동 배치를 해야 하고,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보행자 전용도로를 내야 하며, 그러면서도 자가용의 접근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환경친화’가 조경의 큰 주제입니다. 질서를 깨지 않는 것이죠.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생태 통로를 만든다든지 조류 협회에 조사를 의뢰해 새가 날아들 수 있도록 새집을 마련한다든지….”

하나의 프로젝트에 착수해 1차 계획서가 나올 때까지 짧게는 4, 5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린다. 자연환경, 입주예정자의 생활수준 등 인문 사회 지리적으로 고려할 것이 많다.

강 과장은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고 부모님도 과수원 하나 갖는 게 소망일 만큼 ‘자연적’이지만 그도 아직은 ‘성냥갑’ 아파트에 살고 있다. 좋은 집은 역시 비싸기 때문이라고.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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