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옷로비-게이트 연루… DJ는 人事 자충수

  • 입력 2002년 1월 14일 18시 20분



‘국민의 정부’에 있어 검찰은 애증(愛憎)의 대상이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98년 취임 초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검찰에 내렸지만, 정권출범 4년에 즈음한 지금 여권 내부에서는 ‘검찰이 바로 안서, 정권이 흔들렸다’는 자조(自嘲)가 나오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여권 인사들은 검찰의 잇단 헛발질 때문에 ‘손발이 안 맞아 해먹겠나’고 탄식했다.

하지만 검찰 탓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인사 실패가 동반추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지지도는 99년 봄부터 터져 나온 ‘옷 로비’사건으로 첫 번째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에는 당시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돼 갖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김 대통령은 오히려 김 총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승진시켜 여론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 장관은 엉뚱하게도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 발언’으로 취임 2주일 여만에 사퇴했다.

‘옷 로비’사건이 현 정권의 국정운영 추동력을 반감시켰다면 2001년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 장관 인선파동은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의 정풍운동을 촉발시킴으로써 여권을 내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특히 안 장관을 추천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 수뇌부 문책론으로 이어졌다. 결국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겨우 수습국면을 맞았으나 여권의 내상(內傷)은 컸다.

지난해 말부터 터져 나온 ‘진승현 게이트’와 ‘이용호 게이트’는 만신창이가 된 검찰을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진씨와 이씨의 비호세력에 검찰 인사들이 연루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고, 검찰의 추락은 정치개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던 여권을 또 다시 궁지에 몰아넣었다.김 대통령은 출범 후 지금까지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리고 ‘옷 로비’ 사건 때도, 안 전 장관 파문 때도, 신승남 전 검찰총장 사퇴 때도 사과의 발단에는 검찰이 있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권이나 검찰이나 관행과 현실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맸다”며 지난 4년을 회고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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