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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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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 탓인지 대검 청사에는 더욱 냉기가 돌았고 검찰 간부들은 신 총장이 2년 임기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물러난 데 대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대부분의 검사들은 이에 따른 조직의 동요를 우려하기도 했다.
신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끝으로 36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대검 과장 이상 간부들이 마지막 보고를 하자 그는 시종 여유를 보이며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고 ‘퇴임의 변’을 밝혔다.
“36년 공직 생활을 하면서 당당하고 양심껏 일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홀가분하지만 검찰 조직에 짐을 남겨 놓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주위에서 빚어진 일련의 사태는 ‘천주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집무 스타일대로 웃음을 보이며 소감을 밝혔지만 간부들은 평소처럼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김각영(金珏泳) 대검차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표정은 어두웠으며 회의 내용이나 조직 수습방안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부분 답변을 피했다.
한편 이날 아침 뒤늦게 총장의 사퇴 소식을 전해들은 검사들은 대부분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으나 일부 소장 검사들은 “필연적인 선택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조직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인사가 새 총장으로 취임해야 하고 검찰이 새로 출발해야 한다”며 후임 인선과 검찰 조직 재정비에 관심을 나타냈다.
또 검찰이 국민 앞에 다시 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의 한 검사장은 “새로운 수장(首長)이 검찰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내부 문제의 근원을 도려내야 한다”면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가 총장으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이날 “어제 신 총장 사퇴 발표 후 대부분의 검사장들이 밤늦게 총장 자택에 찾아가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고 돌아온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제는 공정성을 잃은 ‘맹목적인 충성심’이 조직을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