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월 10일 17시 4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권력욕에 빠진 한국인들의 모습도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더 큰 권력을 지향하면서 윗사람에게 맹종하고, 일반 시민들 위에 우뚝 서려는 이 나라 권력자들의 처세술이 오늘날 청와대까지 흔들 정도의 각종 비리를 낳은 한 원인이 아닌가. 오죽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회의 도중 자신의 얘기를 받아적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을까. 그동안 국민이 본 것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의 말씀’을 메모하는 국무위원들이었다. 대통령의 여담까지 꼼꼼히 받아적던 공손한 이들이 국민을 대할 때는 전혀 달라지는 모습을 우리는 수도 없이 경험했다.
▷미국 미시간주의 23선 하원의원(미 하원의원은 임기가 2년임)인 존 딩얼의 처신은 사뭇 다른 것이어서 인상적이다. 금년 75세인 딩얼 의원은 워싱턴에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려다 외투 양복상의 구두 양말은 물론 바지까지 벗는 수모를 당했다. 20년 전 말에서 떨어져 몸에 강철 고관절을 이식한 탓에 금속 탐지기에서 경보음이 울렸기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런데도 딩얼 의원은 검색요원에게 끝내 자신이 거물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9·11 테러 이후 강화된 엄격한 보안검색을 감수했다.
▷딩얼 의원이 겪은 수모는 그가 노먼 미네타 교통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알려졌다. 항공교통을 관장하는 미네타 장관조차 공항 검색대에서 10여분간 몸수색을 받았고, 댄 퀘일 전 부통령은 손톱깎이를 압수당할 정도로 요즘 미국에서는 유명인사 소시민 가릴 것 없이 철저한 보안검색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알려졌다. 우리나라 권력자들에게 딩얼 의원을 본받으라는 주문은 하지 않겠다. 다만 그가 미네타 장관에게 한 말은 들려주고 싶다. “더도 덜도 말고 다른 사람(보통 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