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팔고 나가는 건가?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6시 34분


28일 주가 폭락은 주식시장 개장 때부터 ‘외국인이 팔자’ 에 나서면서 비롯됐다.

장이 열리는 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이 이제 팔고 나가는 것 아닌가’ 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셀 코리아(Sell Korea)로 전환했다는 신호는 없다” 고 지적했다.

박재훈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이날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이 장중에 400억원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150억원대로 떨어진 것만봐도 팔고 떠나는 양상은 아니다” 고 말했다.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가 사들이지 않음에 따라 수급의 공백이 생긴 점이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것.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이사는 “최근 랠리 때 외국인이 2조원 이상 산 것에 비하면 이날 매도 규모는 미미하다” 면서 “주가가 빨리 올랐기 때문에 잠시 쉬었다 가는 수준” 이라고 평가했다.

임이사는 “한국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면서 “외국인은 그동안 경기가 하향할 때도 사들였는데 이제 막 저점을 지나 상승 단계로 접어드는 단계에서 팔아치울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급락은 “단기 고점 부근에서 한번씩 생기는 현상” 이라며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하려는 욕구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0% 고지론 을 들어 외국인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외국인은 최근 한국에만 집중 투자하지 않고 유럽 기술주를 벤치마크 삼아 전세계 시장에서 관련주를 동시에 사들였다는 것.

이팀장은 “기술주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에 비교해서 30∼40% 가량 반등하는 시점을 1차 목표로 삼았는데 최근 유럽시장에 이어 한국시장에서도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 고 말했다. 즉 1차 목표를 달성함에 따라 일단 쉬면서 향후 움직임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급락은 개인들이 외국인의 매도 전환을 전날의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하락, 미국의 이라크 공습 등 악재와 결부시켜 민감하게 받아들인 탓” 으로 요약된다. 여기에다 장중에 연기금의 주식투자 전면 허용 방침이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는 소식이 가세한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일단 종합주가지수 630선이 지지선이 될지 여부를 지켜봐야할 시점” 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외국인의 움직임에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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