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은 자국내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과 다른 소수민족간의 갈등으로 16세기 이후 여러 차례 분쟁을 겪었다.
이번 대(對) 테러전쟁도 탈레반정권의 주요 기반인 파슈툰족과 북부동맹을 이루고 있는 우즈벡족과 타지크족 등 소수 민족간의 분쟁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북부동맹의 최근 거듭된 군사적 약진은 파슈툰족의 단결을 부추겨 종족간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시사 주간 타임 최근호는 분석했다.
파키스탄 거주 파슈툰족 1만1300여명이 탈레반군을 돕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간 것이나 북부동맹이 마자르이샤리프 등 주요 도시를 탈환한 뒤 파슈툰족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과 파키스탄 등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돼 결속력이 낮은 북부동맹이 향후 정부 구성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유혈분쟁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부지역에서의 파슈툰족 내 내분 양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 지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슈툰족 내의 길자이 부족에 맞서 모하마드 자히르 샤 전 국왕을 지지하는 두라니 부족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미국측 분석이다. 실제로 12일 탈레반 군의 최후 보루인 칸다하르 외곽 공항을 점령한 세력도 두라니 부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종족간 분쟁 조짐은 사실 미국의 ‘공작’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 미국은 이미 중앙정보국(CIA) 등을 이용해 파슈툰족의 탈레반 지원을 차단하고 두라니 부족을 중심으로 반 탈레반 세력의 규합을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