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히로뽕 연예인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1분


인기 탤런트 황수정씨가 수의(囚衣)를 입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상황이다. ‘용서해 달라’는 일급 탤런트의 호소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그녀가 히로뽕을 복용한 혐의로 구속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만큼 황씨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연기자였다. ‘허준’의 ‘예진 아씨’역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에서 맑고 순수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한순간에 그녀의 청순한 이미지는 곤두박질했다.

▷황씨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가 나돌 때마다 ‘헛소문’이라 믿었던 팬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 중엔 더러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이냐’고 그녀를 감싸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수많은 팬들의 성원을 분노하게 만든 여자’ ‘더 이상 화면에 나타나지 말라’ ‘너 같은 사람에게 한국의 최고 탤런트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니’ ‘동정이나 용서는 더 이상 안 된다’….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에 급속도로 스며들고 있다. 회사원 학생 주부 등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얘기가 나도는 곳은 연예계다. 누구누구가 히로뽕을 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여기저기 나돌고 뒤에 보면 이는 거의 사실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이 마약으로 추락의 길을 걸었는가. 일정치 않은 스케줄, 인기에 대한 중압감, 무대에 대한 공포감,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 등이 연예인을 마약에 탐닉하게 만든다고 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신세대에게 연예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연예인이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고 사생활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것은 인기를 오래 유지해 가는 비결이기도 하다. 한번의 실수가 자신을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연예인의 위상을 얼마나 도매금으로 추락시키는지, 그리고 팬들에게는 얼마나 큰 실망을 던져주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황씨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또다시 무대에 등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는 예전의 ‘예진 아씨’가 되지 못할 것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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