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讀 書(독서)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15분


讀 書(독서)

攄-비길 터 冶-녹일 야 悟-깨달을 오

畓-논 답 遂-이룰 수 勤-부지런 할 근

동서양의 차이는 學問에 대한 인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양 사람들은 사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분석과 구별을 중시한다. 그래서 자연과학이 발달했고 학술도 잔뜩 갈라놓아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종교 언어 예술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또 서양에서는 매 분야에 각기 능통한 ‘專門家’(전문가)를 존경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중국은 정반대다. 곧 사물을 직관적으로 판단하기를 좋아하며 攄得(터득)과 융합을 중시한다. 그래서 철학분야가 발달할 수 있었고 학술에는 그저 經史子集(경사자집)이라고 하는 4分法만 있었으며 그나마 經과 史는 經史(경사)라고 하여 합쳐 불렀다. 또 孔子의 ‘君子不器’(군자불기)에서 보듯 專門家보다는 다방면으로 博學多識(박학다식)한 사람, 곧 ‘通儒’(통유)를 중시했다.

이처럼 학문이 세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도 단순했다. 聖人(성인)의 말씀을 기록했다는 經은 人格 陶冶(도야)에 필수과목으로 이용되었으며 文章(문장·集)은 性情(성정)을 함양하는데 적합하다고 여겨 중시하였다.

그런 다음 역사(史)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諸子百家(제자백가·子)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 우리나 중국의 科擧(과거)시험에서 四書三經(사서삼경)과 詩文이 필수과목으로 빠지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목이 적다고 해서 공부하기가 수월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어떤 과목이든 분석과 구별을 싫어했던 탓에 지금처럼 실험, 관찰, 논리적인 탐구는 아예 없었던 대신 領悟(영오·깨달음)를 앞세웠기 때문에 ‘독특한’ 방법이 필요했으니 讀書, 곧 ‘책을 읽는 것’이었다.

宋의 眞宗(진종·997-1021)은 지엄하신 天子의 신분으로 勸學文(권학문)을 남겨 유명하다. 그는 여기에서 사람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세속적인 榮達(영달)에 비유하여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즉一等好畓(일등호답)이며高樓巨閣(고루거각), 美女車馬(미녀거마)가 모두 책 속에 있으므로 열심히 책 읽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男兒欲遂平生志(남아욕수평생지)-사나이 평생의 뜻을 펴려면, 六經勤向窓前讀(육경근향창전독)-창가에서 六經을 열심히 읽을 것.

즉 出世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讀書를 해야 했으니 이 때부터 讀書가 ‘공부’를 의미하게 되어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공부하는 것을 ‘讀書’ 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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