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왜 사막에 매혹되는가 '타클라마칸'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타클라마칸/브루노 바우만 지음/367쪽 1만8000원 다른우리

“사막에 뭐 볼게 있겠어. 다음 마을까지 꼬박 3일간 마차를 타야했지. 엉덩이가 다 짓물렀어. 그런데 순간 섬뜩하더라고. 비실한 말이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천지간이 흙먼지 뿐인데 말야. 괜히 왔다 싶더군.

그 때 멀리서 한 사람이 걸어오는 거야. 비틀비틀, 바랑하나 들고서. 순례자였는지도 몰라. 종일 걷다가 밤이 되면 그 자리에서 잔다더군. 생각해봐, 그 막막한 암흑을. 멀리 사라지는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지. 그런데, 순간 눈물이 죽 흐르더군. 왜 그랬는지 몰라. 불가에서 말하는 득도가 그런 것이었을까. 삶이 달라보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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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타클라마칸 사막을 다녀온 한 선배의 이야기. 말을 끝낸 눈시울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다. 죽음의 사막을 걸어서 횡단한 탐험가의 기록을 보면서 그 눈물을 떠올렸다.

왜 사람들은 섭시 6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기후로 생명을 내치는 그곳에 매혹되는가. 저자는 셍텍쥐페리의 말을 빌린다. “사막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풍경”이라고.

수 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긴 저자가 모래바다에서 건져올린 생의 진실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치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양 오로지 내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내게는 지금, 바로 여기가 중요하다.” 결국

사막이란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것. 선배에게도, 탐험가에게도. ‘탐험’(adventure)의 어원은 라틴어의 ‘도착’(advenire), 곧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옴”이니. 이수영 옮김, 원제 ‘Karawane ohne Wiederkehr’(2000).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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