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승승장구 조치훈 '부활의 노래'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16분


조치훈 9단이 부활하는가.

일본에서 활약 중인 조 9단이 지난해 메이진(名人)을 빼앗기며 무관으로 전락했던 아픔을 씻고 최근 승승장구하며 각종 기전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 9단은 1일 열린 오우자(王座)전 도전5번기 2국에서 왕리청(王立誠) 오우자를 284수만에 백 7집반으로 눌러 2연승을 거두며 타이틀 획득에 1승만 남겨뒀다. 조 9단의 오우자 도전은 연속 3년째로 지난 두번 모두 왕 9단에게 패했다. 조 9단이 오우자를 따내면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은퇴) 9단이 갖고 있는 일본 최다우승 기록 64회에 1개차로 바짝 따라붙게 된다.

조 9단은 일본 1위 기전인 기세이(棋聖)전에서도 도전자 결정전에 올라 류시훈 7단과 이달 중순경 도전권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이게 된다.

또 얼마전엔 제34기 조기선수권전과 NEC배 등 2개의 속기전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41승 18패(승률 69.4%)를 기록하고 있다.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9단은 “조 9단이 99년 혼인보(本因坊)를 10연패한 뒤 정신적 공백에 시달려 바둑에 기백이 사라졌고 이후 연달아 타이틀을 빼앗겼다”며 “하지만 지금 바둑은 예전의 충실함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연패하며 메이진을 빼앗긴 뒤 “오히려 이제 힘이 난다”고 일갈했던 그의 말대로 정말 무서운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

80년 메이진을 처음 따내며 승승장구했던 그가 8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한 때 슬럼프에 빠졌지만 90년대초 다시 부활, 혼인보 10연패를 기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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