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지킴이]등하교 교통지도 문홍선주부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38분


문홍선씨(46·주부·서울 은평구 응암1동·사진)의 호루라기 소리는 공사장 소음과 출근 차량들이 내뿜는 소리와 매연 등을 뚫고 힘차게 울려 퍼진다.

문씨는 94년부터 매일 아침 자신의 집 인근에 있는 은평구 녹번동 은평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문씨를 만나기 위해 본보 기자가 17일 오전 지하철 녹번역 삼거리 출구를 나오자 150여m 떨어진 도로 중앙선 위에서 깨끗한 유니폼을 입고 경찰관을 방불케하는 절도있는 동작으로 교통지도를 하는 그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문씨는 “은평초등학교 학생 2000여명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자녀 2명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평일의 경우 등교길에만 교통지도를 하고 토요일에는 하교길에도 교통지도를 한다.그가 이 학교 앞에서 교통지도에 나선 것은 94년 육교가 없어지면서부터. 학생 대부분이 등교길에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직장인의 출근시간과 겹치다보니 차량이 너무 많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기 때문.

그는 인력 부족으로 경관관 배치가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결심을 내렸다.

그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등교하는 오전 7시50분∼9시10분 도로 위에서 교통 정리를 한 뒤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자율방범 활동도 한다.

늘 켜져 있는 그의 ‘교통 안테나’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물론 학교 교사들과 학부형들, 은평초등학교 앞을 지나다니는 택시운전사까지 감사를 표한다.

그는 “한번은 급하게 갈 곳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께서 내 얼굴을 알아보고 ‘요금을 안받겠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또 꽃을 선물하거나 드링크제나 캔커피를 사주고 가는 사람도 많고 매년 겨울에는 달력을 주고 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집을 비우는 그를 남편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운수업을 하는 남편이 저를 이해해주고 또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남편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싹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교통지도를 하는데도 아예 무시하거나 못본 척 하는 운전자도 있다”며 애로 사항을 털어 놓았다.

반면 가장 큰 보람은 94년 이후 은평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씨는 “운전자들이 면허를 취득할 때 배운 교통법규대로만 지켜주면 행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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