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2청사 파행인사 "우린 건물"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53분


경기 북부 10개 시군을 관할하는 경기도 제2청사가 문을 연 이후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한 채 파행 인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중앙정부와 지방행정기관이 공문서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 유통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중이지만 제2청사는 목표 기한인 올 연말까지 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할 처지다.

이 업무를 전담하던 공무원이 두 달전 도지사의 인사 명령으로 이달말까지 도자기엑스포 현장으로 파견을 나갔기 때문.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후 사무관급 인사만 10여차례가 넘고 하위직은 이보다 훨씬 잦아 ‘인사발령장 잉크가 마르기 전 짐을 또 싼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와중에 올 여름 두달 동안 방역을 담당할 보건과장 자리가 비어 있었고 이달초 본청으로 자리를 옮겨간 지역개발국장 자리는 지금껏 비어 있다.

이같은 파행은 지난해 2월 문을 열면서 ‘제2청’이 건물을 의미하는 ‘청사(廳舍)’라고 이름 붙일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애초 검토되었던 명칭은 ‘경기도 북부청’ ‘경기도 제2청’ ‘경기도 제2청사’등 3가지였으나 경기도 최고위층이 제2청사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단체인 시(市) 산하에서 일정 지역을 권한을 갖고 관할하는 행정관청인 구청(區廳)은 시 산하기관이라 해도 ‘청(廳)’의 명칭을 붙이고 건물에 불과한 청사(廳舍)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와 비교하면 ‘제2청사’라는 명칭은 ‘건물에 불과하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제2청사 관계자는 “북부청이나 2청 등 독립 성격이 강한 기관으로 태어나면 경기북도 신설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에 본청에서 최소한의 권한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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