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이번엔 반드시 이름값"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5분


이승엽
데뷔 무대를 눈앞에 둔 배우는 가슴이 뛰기 마련이다.

한국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는 삼성 이승엽(25)도 그랬다.

이승엽은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이날 롯데를 꺾을 경우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는 한판이었지만 출전할 수 없었던 것.

팀이 3-1로 승리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장면을 벤치에서 멍하니 지켜본 이승엽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이유에서였던지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목표는 정규시즌 1위가 아니었으며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의 한국시리즈 출전은 올 시즌이 처음. 95년 삼성에 입단해 준플레이오프 2차례, 플레이오프 4차례를 치렀을 뿐이었다.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렸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도 오르며 ‘국민타자’라는 영광스러운 작위까지 얻었지만 정작 챔피언 반지 하나 챙기지 못한 ‘무관의 제왕’이었던 것.

이승엽은 올 한국시리즈를 통해 명실상부한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팀내 간판타자로 활약하면서도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 ‘새가슴’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탓.

이승엽은 포스트시즌 26경기에서 타율 0.258에 그쳤고 홈런 7개를 날렸지만 승패를 가르는 고비에서 나온 것은 드물었다.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고 ‘내가 뭔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맥을 못 췄다.

그런 이승엽을 두고 기아의 전신인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에 9차례나 올라 모두 우승으로 이끌었던 삼성 김응룡 감독은 “이승엽이 잘 쳐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전체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 줘 편안하게 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리가 좋지 않은 이승엽은 당분간 컨디션 회복에 주력할 계획. 정규시즌이 끝난 뒤 한국시리즈 개막까지 20일 가까운 휴식기 동안 타격 감각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야망으로 가득찬 이승엽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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