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야금경연대회 시각장애인 첫 최고상 이민정양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13분


“육신의 눈을 대신할 ‘마음의 눈’을 열려고 애를 썼어요.”

 시각장애인이 전국 규모 가야금 경연대회에서 처음으로 최고상을 받았다.

 대전맹학교 고교 1학년인 이민정(李民正·17)양은 16일 대전시민회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 한밭 가야금 경연대회’ 고등부 가야금 병창 부문에서 ‘중타령(흥부가 중에서)’과 ‘방아타령(심청가 중에서)’으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가야금을 포함한 국악 부문은 시각장애인들의 불모지. 특히 이양이 출전한 부문에는 국내의 명문 국악 전문학교생이 10명이나 출전했다.

 이양이 가야금을 처음 대한 것은 이 맹학교의 중학교 3학년 초. 특별활동으로 매주 2시간씩 단체지도를 받다가 재능이 눈에 띄어 지난해 말부터 개별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가야금을 잡으면서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야금을 뜯는 손의 자세 잡기. 설명만으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한가지 자세를 익힐 때마다 교사의 손을 수십번씩 매만져 보아야 했다. 악보도 볼 수 없어 지도교사가 시범을 보일 때 녹음한 뒤 되들으며 따라하기를 반복했다.

 이양은 “남보다 10배는 열심히 해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면서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한 뒤 훌륭한 국악인으로 성장해 시각장애인들이 국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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