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뉴욕 증권거래소 긴장속 재개장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57분


미국 주식시장의 재개장을 하루 앞둔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는 테러의 잔해로 어지러웠다. 세계무역센터에서 남동쪽으로 3블록 정도 떨어진 이곳. 지하철은 통행을 재개했지만 드문드문 서지 않는 정류장이 있었고 전화도 대부분 불통이었다. 삼엄한 거리는 밤늦게까지 청소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내부의 분위기는 결연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리처드 그라소 회장은 15일 주식거래를 위한 리허설을 마치면서 “17일 아침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증권거래 현장에는 3000여명의 직원이 동원되고 3500㎾의 전력설비와 8000여 전화선이 가동된다. 컴퓨터와 전기 에어컨의 정상가동을 위한 설비들이다.

NYSE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전화선. 주문 체결용 전화선이 무역센터 건물들이 무너질 때 심각하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전화선을 담당하는 버라이존사 본부조차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주식거래인들이 제 시간에 출근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경제뉴스 전문채널인 CNBC는 직원들의 교통수단을 이례적으로 취재, 방송하기도 했다. 16일 ‘출근 리허설’에 참석한 레만브러더스의 한 주식중개인은 “여기까지 온다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나가지 말라고 말렸다고 한다.

직원들의 출근 준비와 하드웨어가 갖춰지자 주식의 움직임이 단연 걱정거리로 부상했다.뉴욕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개장 벨이 울림과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의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초부터 나스닥거품이 꺼지면서 기업 투자는 1년 사이에 급격히 줄었다. 경제둔화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소비마저 이미 테러사건 전인 9월 초 83.6으로 전달보다 8.0포인트나 급락했다. 테러 이후 위축된 소비심리가 미 경제의 사활을 쥐고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테러 대참사가 미 경제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지만 이는 매우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딕 체니 부통령도 16일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에서 ‘경기 연말 회복설’을 설파했다.

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수석투자가인 제임스 폴슨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험 항공 에너지업체들은 상당 기간 타격을 받겠지만 다른 산업은 곧바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인의 애국심이다. 골드만삭스의 고위관계자는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 붕괴”라며 “소비자들이 평소처럼 돈을 쓰고 주식을 사며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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