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택조합 통장만들땐 건설사와 공동 명의로"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2분


경기 의왕시 포일동 A주택조합 심병욱 과장은 지난해 11월 통장정리를 하던 중 잔액이 ‘0’인 것을 발견했다. 주택은행에 예금해 둔 조합원 444명몫의 5억700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이다.

문제의 계좌는 ‘1통장, 2인감’으로 된 전형적인 주택조합용. 조합원들이 조합측에 통장과 인감을 모두 맡겨두면 사고 가능성이 있어, 건설회사 이름으로 통장은 만들어두고 인감은 양쪽이 하나씩 만든 계좌다.

사연을 이랬다. 건축을 맡았던 동아건설이 법정관리로 들어가자 주택은행이 ‘채권확보’ 차원에서 대출금을 강제로 갚도록 한 것이다. 은행측은 △예금주가 동아건설인데다 조합원 돈이라는 설명이 전혀 없었고 △주택조합 자금은 반드시 공동명의로 들도록 권고하는 것을 업무규칙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조합은 “그 돈은 조합원이 중도금을 내기 위해 주택은행에서 중도금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은행 내부에서 넘어온 것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며 항의했지만 별 수 없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올 2월 ‘규정보다는 실제 주인이 누구냐’가 중요하다며 조합측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형식상 주택은행 주장이 타당하지만 조합원 돈이 분명한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주택은행은 금감원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준비중이다.

금감원은 29일 간담회를 갖고 “평화 조흥은행도 23억원짜리 조합자금을 두고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결국 돈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A조합 이외에도 주택은행이 돈인출을 막은 사례가 4건이나 더 있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제정무(諸廷戊) 국장은 “소송으로 이어지면 결국 조합원이 재판에 이길 가능성이 크지만 시간 소비가 크다”면서 “주택조합 계좌를 열 때는 반드시 주택조합이 건설회사와 함께 공동명의로 공동인감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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