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건국대 후기졸업식 명예졸업장 故이춘달씨

  • 입력 2001년 8월 27일 19시 33분


대학을 중퇴한 실업가가 익명으로 모교에 수억원의 장학금을 보내오다 병환으로 숨지자 대학측이 그의 영전에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건국대(총장 맹원재·孟元在)는 27일 ‘후배 학생들의 장학금에 써달라’며 2억1000만원을 익명으로 출연한 뒤 7월13일 위암으로 숨진 이춘달(李春達·57)씨에게 이달 22일 후기 졸업식에서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64년 건국대 정외과에 입학한 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해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이씨가 처음 건국대에 장학기금 1억원을 온라인으로 송금한 것은 99년 10월경. 당시 익명을 원하는 독지가의 뜻을 헤아려 신원확인을 하지 않았던 건국대 장학복지과는 올 1월 또다시 1억1000만원의 거금이 들어오자 감사 표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씨를 수소문해 찾아냈다.

카메라 부품 제조업체인 영하산업의 창업주인 이씨는 이름을 공개하자는 건국대측의 요청에 “이름을 밝힌다면 장학금 출연의 의미가 없어지고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끝까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가족들은 “남을 도울 때마다 좋은 일은 너무 알려져서는 안된다며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며 “올초 위암 투병을 시작한 뒤에도 후배들을 위해 ‘건국용마의숙’이라는 새 장학회까지 세우겠다며 분주히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씨는 80년대 미국 출장 중 아프리카 르완다의 고위층과 알게된 인연으로 르완다 반군과 정부군간의 화해를 주선하기도 했으며 92년엔 이 나라의 명예영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