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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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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대비 매매가 비율이 90%를 넘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월세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비싼 임대료 때문에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하는 ‘주거 하향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은 서울 수도권지역에서 지방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계속되는 전세금 고공행진〓정부의 각종 전월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금 등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은행이 최근 발표한 ‘도시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매매가는 전달보다 1.2%, 전세금은 1.5%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행이 8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7월에 전세금 상승률이 1.5%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월에 들어서도 이 같은 오름세는 계속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0%를 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프랜차이즈업체 ‘유니에셋’의 김학용 차장은 “전통적으로 임대수요가 많은 서울 강북지역의 노원구 도봉구 등지에선 전세금 비율이 90%를 넘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비중이 70%를 넘으면 집값이 조만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급증하는 월세시장〓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지역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조사결과 전세계약이 끝난 뒤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42.9%로 집계됐다. 이는 올 3월 조사(31.7%)나 5월의 상황(32.2%)에 비해 각각 10%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
특히 서울보다 인천과 경기도 지역의 월세전환율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은 3월 50.8%에 서 지난달 37.7%로 떨어졌다. 반면 인천은 23.8%에서 60.0%로 수직상승했고, 경기지역은 20.4%에서 31.0%로 올랐다.
월세 연이자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말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의 조사결과 지역별 월세이자율은 울산(17.16%) 인천(16.90%) 광주(16.45%) 대전(15.48%) 부산(14.08%) 대구(12.24%) 등으로 오히려 서울(12.09%)을 상회했다.
월세를 부추기는 것은 저금리. 적지 않은 집주인들은 월세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뱅크의 양해근 정보분석팀장은 “서울 강남구와 노원구, 일산신도시 등지에선 집주인이 월세를 고집하는 바람에 6개월씩 집을 비워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탈(脫)서울 현상〓서울의 전월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서울을 등지는 사람도 급증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 이동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올 2·4분기(4∼6월)에 서울로 들어온 사람보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사람이 4만4000명이 많았다. 이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 4·4분기(10∼12월)의 4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