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에뛰드,공주는 예쁘면그만

  • 입력 2001년 8월 24일 15시 54분


화장품업체 에뛰드 광고는 공주 컴플렉스를 부추긴다. 모델인 송혜교의 이미지 역시 청순가련한 여자의 전형이다.

동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앙증맞고 예쁜 성. 분위기 있는 베란다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송혜교는 마치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서성거린다. 이 배경에 더해 갈색의 낙엽까지 떨어져 분위기를 팍팍 잡는다.

‘운명의 컬러를 찾고 있나요?’ 송혜교는 깜찍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고는 타롯 점을 본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카드들 중에 하나를 냉큼 골라든 그녀. 카드를 펼쳐보니 에뛰드 브라운 러브레터라고 적혀있다.

오호라, 이게 나의 운명의 점괘구나. 그녀는 브라운 립스릭을 바르고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마음 설레며 기다린다. 두근두근~ ‘드디어 내 사랑이 도착했습니다’ 성 아래에 줄무늬의 고전의상 튜닉을 걸친 왕자가 당도해 러브레트를 날린다. 광고 끝.

히야~ 에뛰드 광고를 보고 있으면 감탄사부터 터져 나온다. 광고 속의 공주캐릭터 송혜교는 세상 사는게 참으로 쉽구나 싶어서. 예쁜 성에서 좋은 옷 입고 살면서 낙엽 떨어지는거 감상이나 하고 말이다.

자신의 다가올 운명조차도 타롯카드로 펼쳐본다. 립스틱을 바르고 꽃단장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어느 나라의 잘나가는 왕자가 러브레터를 보내온다. 생에 대해 고민할 것도 의지를 가질 일도 없다. 예쁘면 된다.

광고기법도 작가가 그린 그림을 그대로 촬영하는 페이퍼 애니메이션을 이용하여 마치 순정만화의 한 컷 같다. 주인공은 세상물정 모르고 자신만의 성 안에 갇혀 사는 공주. 아무것도 할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생각 안하는 캐릭터.

전속모델인 송혜교의 캐릭터 역시 청순가련한 공주과에 가깝다. <가을동화>에서의 은서는 두 왕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천사표 여자, 요즘에 방영하는 <수호천사>에서는 죽은 언니의 아이를 키우는 악조건 속의 여자. 물론 여기서도 김민종이라는 든든한 수호천사를 만날 예정.

에뛰드의 세상.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생을 맡겨 버릴 뿐이다. 예뻐져서 왕자를 기다리는 인생이라니. 언제적 고리타분한 케케묵은 스토리인지 모르겠다.

에뛰드의 타겟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처음 세상을 배우고 접할 어느 때보다 중요한 나이다. 10대 후반은 화장을 시작하면서 어른이 된 것처럼 느끼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화장이다.

한편으론 씁쓸해진다. 어쩌면 이런 광고가 먹히는 것은 한창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연령층 탓이 아니라 외모지상주의 우리 사회분위기가 한몫하기 때문에. 여성동지들! 예뻐지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합시다. 왕자를 기다린다고요? 우리가 꼬십시다.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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