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이낸셜타임스"대우차-하이닉스 처리 겉돌아"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58분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 지난해까지 성공적으로 회복을 해오던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침체와 개혁의 지연으로 다시 혼란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23일 ‘한국이 비틀거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제 개혁을 위한 다방면의 시도가 결실을 이루지 못함에 따라 한국 경제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겉돌고 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 것은 대우자동차 매각과 하이닉스 부실 처리 문제. 대우차 문제의 경우 제너럴모터스(GM)는 부평공장을 제외하고 인수를 하려는데 정부가 수천명의 실업 사태를 우려해 GM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자전환은 부채를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 FT는 “이런 식으로 정부가 계속 기업의 연명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대마불사’라는 인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문제 해결이 안되고 있는 배경으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꼽았다.

FT는 한 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정부는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일은 피하려 하기 때문에 대중의 인기를 잃을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인수합병의 경험이 적은데 몇 건의 매각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어떤 협상이 중요한지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경제 상황이 낫다고 자랑하고 있다”면서 “자칫하면 어렵사리 얻은 ‘개혁 마인드가 있는 자유 시장 경제라는 국제적 명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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