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의도 밝히는 언론 국조돼야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36분


여야가 최근의 언론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를 구성했으나 활동방향을 놓고 출발부터 삐끗거리고 있다. 여당은 언론사의 탈세, 야당은 정부의 언론탄압 음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언론국조가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에서 비롯된 최근의 언론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언론문제에는 단순한 조세정의의 차원을 넘어 정권에 비판적인 특정언론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주 3명의 구속 이후 이 같은 정권의 의도는 더욱더 확실해졌다. 권력의 물리적 힘을 통해 신문사의 소유와 경영을 압박하고 사실상 편집에 간여하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사주 구속 후 국제사회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에서 ‘세무조사의 어떤 측면들은 확실히 비판언론들을 위협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루어졌다’고 한 국제언론인협회(IPI)의 지적을 들며 ‘이 견해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주간 뉴스위크는 ‘결국 김대중 대통령은 가장 강력하고 귀에 거슬리는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국내외의 우려에 답하기 위해서도 언론국조는 세무조사와 사주구속 등의 정치적 의도를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돼야 한다. 따라서 증인 선정도 이에 부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당연히 청와대 관계자 등 언론상황과 관련 있는 여권핵심인사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김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언론개혁에 대해 언급한 직후 언론사에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기간을 연장해가며 세무조사가 진행됐고 편집간부의 계좌추적까지 이루어졌다. 공정거래위의 부당내부거래조사도 대대적으로 실시됐다. 이 결과 신문사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추징금과 과징금이 부과됐고 사주들까지 구속됐다. 언론사상 유례없는 일로 정권의 작위성과 의도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언론국조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철저히 파헤쳐 권력의 숨은 의도와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권력이 합법을 가장해 언론을 통제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언론사태는 남북문제와 함께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략이 아닌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이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을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는 국정조사가 돼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