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조기유학생 반짝 '역유학'…강남학원가 방학특수

  • 입력 2001년 8월 13일 19시 38분


13일 오후 강남역 주변의 한 외국어 전문학원에서조기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이 SAT강좌를 듣고있다
13일 오후 강남역 주변의 한 외국어 전문학원에서
조기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이 SAT강좌를 듣고있다
“예일대에 가려는데 토플점수가 조금 모자라요. 10월부터 SAT 시험도 치러야 하고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역 근처의 A외국어학원. 단정하게 차려입은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영어를 섞어가며 미국 대입학력적성고사(SAT)와 토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국 보스턴의 사립기숙학교(Boarding School) 우스터아카데미 11학년생 김응걸군(19)은 “내년 2월까지 대학에 입학원서를 내려면 이번 여름방학이 SAT를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올리는 데에는 미국보다 한국의 학원이 낫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강남 일대 학원가가 입시준비를 위해 고국을 찾은 조기 유학생들로 ‘반짝 역(逆)유학’의 특수(特需)를 맛보고 있다.

100여명의 조기유학생이 다니는 A어학원을 비롯해 강남역 압구정동 삼성동 주변의 20여개 외국어학원이 개설한 ‘SAT 준비반’은 수강생의 80% 이상이 조기 유학생들로 채워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린스턴리뷰 등 외국계 프랜차이즈 어학원은 영어로만 강의하는 조기유학생반을 여름방학에 한해 따로 운영할 정도.

대부분 10∼11학년생인 이들이 고국의 학원을 찾는 것은 10월부터 시작되는 SAT에 대비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 때문이다. 또 점수를 ‘보장’하는 한국 학원 특유의 ‘성과주의’도 학생들을 고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현지 SAT 학원의 수강료가 10주에 3000달러(약 390만원)인데 비해 국내 어학원은 월 20만∼60만원으로 비교적 싸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강남역 테스트헌터스어학원의 김여명 원장은 “학기 중에는 학생들이 내신 점수 때문에 SAT 등 입시준비를 하기 힘들다”며 “방학중 자녀들의 ‘안전’과 ‘성적’에 신경을 쓰는 학부모들이 방학 수개월전부터 수강문의를 해온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홍콩 베이징 싱가포르 등의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역유학을 오고 있다. 홍콩의 영국계 학교에 다니다 방학기간 중 프린스턴리뷰 안국점에서 영어강좌를 듣는 성모양(16)은 “미국 학교로 진학하려는 친구들이 방학기간 중 한국을 많이 찾는다”며 “6개월 전에 신청해 겨우 수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일색이던 국내 SAT 준비 학생들도 최근 일반고 학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일반고 학생 등 9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진짜 SAT를 볼 사람들을 위한…’ 등의 동호회가 생겨나고, 방학을 맞아 학원을 찾는 일반고 학생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한 학원 관계자는 “조기유학생이든 국내 학생이든 SAT 열풍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중도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며 “SAT 성적만으로 미국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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