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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2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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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히드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사임 요구를 거부하면서 총선이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면 이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새로운 부름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3일 소환에 응하라는 MPR의 요구에 대해 MPR의 탄핵 절차는 위헌이기 때문에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 이라며 "1∼2일 안에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전략사령부와 해병대, 공군 특수부대 등은 이날 밤 탱크 수십대를 앞세우고 와히드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기 위해 대통령궁 앞 모나스광장에 집결했다.
미자르드 리아추두 전략사령관은 "이번 집결은 군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 이라며 "1998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퇴임할 당시 군이 수하르토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려 충돌했던 상황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익명의 한 고위 장성은 "이날 군 집결에 앞서 아굼 구멜라르 국방장관과 위도도 통합군 사령관이 와히드 대통령을 만나 국민협의회에서 탄핵되기 전에 사임할 것을 촉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고 밝혔다.
또 아미엔 라이스 국민협의회 의장과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 등 주요 당 지도자와 군부 대표들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부통령 집에서 만나 와히드 대통령 탄핵 후 메가와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는 것을 지지키로 결의했다.
이에 맞서 인도네시아 최대의 이슬람 단체로 와히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나들라툴 울라마(NU) 소속의 성직자와 학생 5000여명도 이날 자카르타 인근 탕그랑에 집결해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시작될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자카르타의 성당 2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 사건이 잇따라 발생, 최소 46명이 부상함으로써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국민협의회는 21일 오후 특별총회를 열어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당초 예정된 8월 1일보다 앞당긴 23일 시작할 것을 압도적인 표차로 결정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경찰은 20일 오후 자카르타 전역에 1급 비상경계령을 발동했다. 전문가들은 와히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내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