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태조 왕건' 책사 최응 역 정태우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59분


범 같은 장수들과 노회한 책사들이 난무하는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소년 책사 최응의 존재는 미스테리다.

세상사에 초연한 듯한 해맑은 눈동자를 지녔으면서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현실적응력을 보인다. 한때 궁예 왕의 심리를 꿰뚫고 비위를 맞추는가 하면 대세를 좇아 궁예에서 왕건으로 과감하게 말을 옮겨 탈 줄도 안다. 그저 책상물림인 줄 알았는데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 70 노인 아자개를 손바닥에서 갖고 놀 정도로 대담하기도 하다.

최응 역의 정태우(19·중앙대 영화연극과 1년)도 그랬다. 아역배우라고 하기엔 너무 의젓했고 애늙은이라고 하기엔 너무 풋풋했다.

“최응은 왕건이 혁명을 일으킨 뒤 종간이 그의 배신을 나무라는 말에 이렇게 답합니다. ‘폐하(궁예)가 나를 생각하는 것은 사사로운 일이요, 내가 백성을 생각하는 것은 사사로운 일을 떠난 것입니다.’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로 최응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는 15년 경력의 베테랑 연기자다. 5세 때 ‘똘똘이 소강시’라는 영화로 데뷔한 뒤 ‘한명회’ ‘왕과 비’에서 두 차례나 단종 역을 하는 등 주로 사극을 중심으로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렇다고 그가 ‘아침엔 맑은 물 한 그릇, 낮에는 채소, 밤에는 죽 한 그릇을 먹는’ 샌님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그는 제트스키와 컴퓨터게임에 푹 빠진 신세대다. 차태현 박용하 등이 참여한 연예인축구단 ‘프렌드’에서도 센터포드는 그의 몫이다.

이런 이중적 모습은 그가 출연할 두 편의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조선시대 천재화가 장승업의 생을 그린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청년 역을 연기하는 한편 청춘영화 ‘렛잇비’에선 춤에 미친 주인공 역으로 성인신고를 한다.

“사극 속의 진중한 모습과 현대극의 발랄한 모습 모두 제 속에 숨어있어요. 연기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내면의 나를 끄집어내서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는 ‘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광적인 인물을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그의 눈빛은 어느새 ‘이상야릇’하게 바뀌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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