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美서 2년생활 이은정씨 자녀 영어교육 성공비결

  • 입력 2001년 5월 16일 18시 45분


이은정씨(왼쪽 끝)가 자신의 자녀와 그 친구들에게 미국에서 습득한 영어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은정씨(왼쪽 끝)가 자신의 자녀와 그 친구들에게 미국에서 습득한 영어 읽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 아침 '세서미 스트리트'부터 보세요"

‘보통 엄마’ 이은정씨(39)는 1997년 남편이 미국지사로 발령나자 딸 민경이(13)와 아들 태연이(10)를 데리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갔다. 미국에 도착할 때 영어 한마디 못했던 아이들은 미국 학교에 다닌 지 몇 달 만에 영어책을 읽을 정도가 됐다. 민경이는 쿤겔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8개월 만에 ‘최우수 학생’으로 뽑혔고 태연이는 2개월 만에 영어를 줄줄 말하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영문학과 출신인 이씨의 영어교육 성공 비결은?

▽교과서 가르치기〓“민경아, 오늘 학교 재미있었어?” “응.” “뭘 배웠는데?” “몰라.”

민경이는 미국 초등학교 2학년에, 태연이는 유치원에 들어가 일주일 가량 학교 생활을 한 뒤 아이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우선 미국 교과서부터 우리말로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미국 교과 과정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한국 참고서를 모두 다 꺼내놓고 아이에게 한국말로 영어 책 내용을 공부시켰다.

“민경아, 학교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이 이 그림을 이야기하면 바로 이 내용이니까 엄마가 얘기해준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알았지?”

▽엄마부터 배워야〓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부모가 먼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 24시간 영어에 노출되기로 결심했다. 바로 옆집에 사는 리타씨의 집을 찾아갔다. 리타씨의 두 딸에게 줄 선물을 잔뜩 들고 다섯 명의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하는 리타씨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또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제니퍼와 30분 이상 대화하기 위해 초등학생 수준으로 쉽게 쓰인 영어 성경책을 읽고 외웠다. 동네에서 착한 한국 아줌마로 소문나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아줌마들을 위해 애들 돌보기까지 자청했다.

▽TV 프로그램 활용〓미국에 온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아이들이 이상한 문구를 외우기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침에 TV에서 본 것이었다. 이때부터 매일 오전 어린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표현을 일일이 적어 놓았다. 그리고 열심히 연습했다. 억양은 강세를 지키면서 미국 아줌마 흉내를 냈다. 또 우리나라 말을 하듯 표정과 내용을 서로 맞추는 데 주력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아듣지 못한 것들을 친숙한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또 매일 TV를 시청하면서 중학교 이상 문법 요소가 담긴 말을 꼭 녹화해 외웠다가 아이들이 따라하게 했다. 미국인의 일상 생활을 가르치는 데는 세서미 스트리트를 활용했다. 미국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어학자가 만든 바니&프렌즈란 프로그램도 보탬이 됐다. 독서 지도용 프로그램으론 리딩 레인보를 활용했다.

▽친구 만들어주기〓아이들은 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 때 자연스럽게 ‘또래 언어’를 익힌다. 게임기가 흔하지 않은 동네라는 사살을 알고 월마트에 가서 닌텐도 게임기를 샀다. 미국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배불리 먹을 수 없는 비싼 과자도 준비했다. 그리고 소문을 냈다. 제일 먼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이는 학교에 안가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제이콥이었다. 오전에 엄마에게 수업을 받고 나면 하루종일 놀아 태연이에게 그만한 친구가 없었다. 어느새 태연이는 또래와 어울리며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파닉스의 위력〓이씨는 아이들에게 영어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파닉스(phonics·정음법)를 배웠다. 모든 언어는 소리의 원칙이 있어 원칙대로 소리를 내면 웬만한 단어는 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아이들이 배우는 것과 똑같이 손가락으로 알파벳 26자의 순서와 소리를 정확히 가르쳤다.

▽한국에서 활용할 만한 AFKN 프로그램

프로그램 이름

특 징

시 간

세서미 스트리트

미국 일상 생활 배우기에 좋음

월∼금요일 오전 9시

블루스 클루스

아이들의 상상력과 추리력 개발에 도움

화, 목요일 오전 10시

리딩레인보

독서지도 프로그램

토요일 오전 7시반

매직스쿨버스

과학 프로그램

토요일 오전 8시

포케몬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

목요일 오후 4시, 토요일 오전 9시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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