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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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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서로 "우리가 승리"▼
이날 오후 4시부터 개표 작업이 시작됐지만 필리핀이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도서국가여서 2, 3일 후 윤곽이 나오고 집계가 마무리되려면 한달 가까이 걸릴 전망.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아로요 대통령 측과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측은 제각각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여당인 시민혁명연합이 상원 13석 가운데 8석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여당이 간발의 차로 승리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그런가 하면 한 TV방송은 에스트라다 측이 상원에 도전한 8군데에서 우세하다고 보도했고 한 라디오의 출구조사에서도 야당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에스트라다 지지 시위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체포됐다가 풀려난 후안 폰세 엔릴레 전 국방장관과 연일 아로요 정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여성 상원의원 미리암 산티아고 등도 야당후보로 상원 당선이 유력하다.
▼에스트라다 가족 당선 관심▼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부인 루이사 에헤르시토가 남편의 설욕을 다짐하며 상원의원에 출마했으며 두 아들은 각각 하원의원과 산 후안 시장에 출마해 이들의 당선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17일 마닐라 반부패 법원에서 첫 공판을 받는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거 이틀 전인 12일 밤 메트로 마닐라 내 케손시에서 하원의원 후보가 총격으로 숨지는 등 전국이 유혈폭력으로 얼룩졌지만 선거 당일은 별다른 소요사태 없이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필리핀 경찰은 14일 현재 선거 관련 테러로 전국에서 3개월 사이에 모두 8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14일에만 6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표장마다 병력을 배치했다.
일부 투표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선거인 명부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메트로 마닐라 내 마카티시 제1지구 투표장의 선거관리위원인 메난드로 송코는 “정부 전산망이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과거에 비해 훨씬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닐라 시내 각 투표장에는 여야 선거운동원들이 자당 후보의 이름이 적힌 모의투표지를 나눠주며 막판까지 득표전을 펼쳤다.
▼선거 테러 이미 83명 숨져▼
여야간 비난전은 선거 당일에도 이어졌다. 야당인 대중투쟁당은 “여당이 부정선거 전문가를 고용해 선거결과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시민혁명연합은 “부정선거 시비를 벌여 야당이 빈민층을 자극하려는 음모가 포착됐다”고 반박했다.
투표장에서 만난 에스트라다 지지자 제나이다 사비코(여)는 “여당의 부정선거가 밝혀질 경우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닐라=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