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어른들은 참 이상해요"
어린이전용 사이트에 '음란물-욕설'마구 올려

  • 입력 2001년 4월 22일 19시 00분


‘야한 동영상’ ‘벗은 모습’ ‘컴섹할 사람’ ‘이거 보면 변태’.

성인사이트에 오른 글이 아니다. 바로 당신의 자녀들이 즐겨찾는 어린이 인기캐릭터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진 글의 제목이다. 말뿐만 아니다. 이중 상당수는 음란한 사진과 내용을 버젓이 담고 있다.

어린이사이트 운영자들이 음란물과 욕설을 담은 게시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린이의 아이디를 도용한 어른들이 ‘인터넷 공해’를 만들고 있다. 적지않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이런 ‘못된 짓’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유형〓변형된 ‘행운의 편지’가 대표적인 예. ‘아는 오빠를 따라 놀러갔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옷이 없었다’로 시작해 성폭력 장면을 묘사한 뒤 ‘이글을 1주일 내에 20곳의 게시판에 올리지 않으면 글을 읽은 당신도 똑같이 당할 것’이라고 끝맺는 식이다.

연예인 홈페이지나 팬클럽사이트에는 해당 연예인을 당사자로 한 거짓스캔들, 나체그림과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 등이 올라오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린이 전용 채팅방에서도 신체부위나 속옷이름, 욕설 등을 대화명으로 사용하거나 대화방 이름을 ‘성인방’ 등으로 붙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또 채팅도중 ‘시간 있냐, 놀아보자’고 말을 던지고 나가버리거나 난데없이 욕설을 늘어놓기도 한다.

▽온라인 공해에 무방비인 어린이들〓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www.naver.com)가 올해 초 ‘주니어네이버’ 회원(만4∼12세) 7449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6800명이 하루에 30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3174명의 어린이가 검색을 통해 웹사이트를 알게된다고 답했다. 검색엔진은 사이트 이름에 들어있는 단어만으로 검색결과를 보여주므로 캐릭터이름 등이 들어간 불건전사이트에 쉽게 접하게 된다. 사이트의 콘텐츠 자체는 문제가 없더라도 게시판의 음란물은 걸러내기가 어렵다.

‘채팅중 욕설이나 기분 나쁜 말을 접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절반이 넘는 3843명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대다수(3686명)가 같이 욕하거나 그냥 나온다고 답해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건전게시물과의 전쟁〓야후꾸러기(kr.kids.yahoo.com)와 주니어네이버(jr.naver.com) 는 어린이용 검색포털사이트. 불건전한 사이트는 검색리스트에 등록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등록한 후에 게시판 관리를 제대로 안하는 사이트는 여전히 문제다. 야후꾸러기를 운영하는 허주환대리는 “이용자의 신고로 검색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사이트가 1주일에 3∼5개꼴”이라고 말했다.

하늘사랑(www.skylove.com) 세이클럽(www.sayclub.com) 리틀러브헌트(little.lovehunt.com) 등 채팅사이트는 만14세미만은 회원가입을 받지않거나 부모동의를 얻어 실명으로 가입하게 한다. 또 모니터요원이 24시간 게시판과 채팅방을 돌아다니며 불량이용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차단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한 단어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차단되지 않도록 단어를 뒤틀어 사용하는 예가 끊이지 않는다. ‘샥스할 사람’은 차단프로그램이 잡아내지 못하는 용어.

한국청소년보호원 남형기사무관은 “인터넷의 특성상 어린이들이 유해물에 접하지 않는 완벽한 대책을 마련할수도 없고 수많은 사이트에 대해 일일이 실태 조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사무관은 “사이트 운영자들이 불건전게시물은 바로 삭제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어린이들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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