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lley리포트]감원 뒤에 숨은 '숫자놀음'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57분


2001년에 접어들면서 이곳 실리콘밸리의 많은 간판기업들이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1월 휴렛팩커드의 1770명 인원감축계획 발표에 이어 올 3월에만 인텔 5000명, 시스코 6500명, 솔렉트론 8200명, 그리고 오라클 900명의 인원감축계획 발표가 있었다.

이들의 인력감축 계획에는 두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첫째는 어떻게 이렇게 즉각적으로 인력감축을 단행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둘째는 정말로 대대적 인력감축을 해야 할 만큼 하이텍 정보산업의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이곳 신문은 그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내용인즉, 그것은 바로 ‘숫자놀음’이라는 것이다.

“이곳의 인력감축 계획발표는 대개 뉴욕 월스트리트를 향한 일종의 언론플레이입니다.” “인력감축이 실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대개 해외에서 일어나며, 미국내 감축은 파트타임 직원이나 계약직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 방식도 자연감소와 조기퇴직제도를 주로 활용합니다.”

이를 입증하듯 인텔의 인력감축계획에는 최근 문을 닫은 푸에토리코 공장의 1,300명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솔렉트론의 8200명 감원도 대부분 해외현지인력이며, 그 중 2000명은 멕시코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이다.

e밸리 생태계에서 인력감축계획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전략수정을 의미할 뿐이다. 공격적인 자세에서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확대로 전략방향을 수정한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전략방향의 수정이 월가 주식시장에 즉각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e밸리 기업들은 경기하강에 대비해 자사주식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력감축계획’을 재빨리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e밸리 생태계가 외부환경변화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e밸리기업들의 변화 대처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즉흥적인 땜질보다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그들의 기초체력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 기초체력의 근간은 첫째 이미 e비즈니스화된 기업운용 시스템, 둘째 경기변동에 민감한 생산인력은 외국에 아웃소싱하고, 자사는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생산구조, 세째 자본시장과 당당하게 정보게임을 하고 있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다.

진짜 실력은 어려운 때일수록 잘 보인다. 경기변동에 잘 대처하고 있는 이곳 e밸리 기업들의 슬기롭고 유연한 모습에서 우리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스탠퍼드대 교환교수)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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